[국내 타이틀]
<아슈라> 가부키 스타일의 독특한 판타지
2006-01-06
글 : 한청남

악귀들이 판을 치는 에도시대. 전직 퇴마사로 명성을 날렸던 이즈미는 어두운 과거를 떨쳐버리기 위해 가부키 배우가 되어 유유자적한 삶을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정해진 숙명에 따라 비밀을 간직한 여자 츠바키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윽고 비극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자신도 기억 못하는 과거에 이즈미와 깊은 인연을 맺었던 츠바키는 요괴들의 왕, 아수라의 환생이었던 것이다.

<아슈라>는 1987년 초연된 이래 현재까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연극 <아수라성의 눈동자>를 영화화한 것으로, 연극무대에서도 큰 갈채를 받았다는 가부키 배우 이치가와 소메고로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이다. 감독은 다키타 요지로는 비슷한 분위기의 일본식 판타지 사극 <음양사>를 연출했던 인물. <아슈라> 역시 <음양사>와 마찬가지로 국내 관객들에게는 대단히 낯설게 느껴질 법한 영화다. 가부키 스타일의 과장된 연기와 고전 찬바라(칼싸움) 영화를 연상케 하는 투박한 액션. 그리고 수준미달의 특수효과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유치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요소들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아슈라>는 놓치기 아까운 볼거리를 지닌 작품이다. 우선 주연배우인 이치가와 소메고로의 기이한 매력을 꼽을 수 있다. 처음에는 도무지 주연배우 같아 보이지 않던 그는 이윽고 변화무쌍한 연기력과 결정적인 순간의 카리스마를 과시하는데, 가부키 전문 배우의 저력을 느끼게 한다. 두 번째로 평소 보기 드문 일본의 전통에 기반을 둔 이미지와 스토리가 색다른 재미를 준다. 퓨전 사극 같은 분위기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극 중 가부키로 연출되는 ‘요츠야 괴담(영화의 원작 연극이 이를 오마주했다고 한다)’이라든지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니(귀신)’가 된다는 설정 등은 일본 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부분들이다.

그 외 개성파 배우 와타베 아츠로의 악역 연기와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여배우로서 성장해가고 있는 미야자와 리에 등 판타지에 현실감을 부여하려 노력한 배우들의 열연도 사줄만하다. 또한 이 작품의 음악은 <카우보이 비밥>으로 유명한 칸노 요코가 맡았는데, 이국적인 독특한 사운드와 함께 ‘가브리엘라 로빈’으로서 직접 삽입곡까지 부르고 있어 그녀의 팬들이라면 한번쯤 볼만한 작품이 될 것이다. 유명 팝스타 스팅이 불러 관심을 모은 엔딩곡 ‘마이 퍼니 발렌타인’은 다소 언밸런스하지만 말이다.

판타지 작품답게 초현실적인 색채가 인상적인 작품이나 화질은 아쉬운 수준. 세트 촬영과 함께 블루스크린 합성 기법이 많이 쓰였는데, 그 이질감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영상의 해상도를 낮춘 것으로 여겨진다. 때문에 시종일관 선명함 대신 탁하고 답답한 느낌을 준다. 사운드 역시 서라운드 효과가 좀처럼 느껴지지 않고 대사가 둔탁하게 들리는 아쉬움이 있다.

부록은 다키타 요지로 감독과 이치가와 소메고로, 그리고 프로듀서 미야지마 히데시가 참여한 음성해설, 스틸 사진 모음, 예고편을 제공한다. 그리 많은 양의 부록은 아니지만 가부키 배우로서 의상과 분장에 남달리 신경을 쓴 주연 배우의 이야기와 촬영 현장의 모습을 담은 정지사진이 영화에 흥미를 느낀 사람에게 도움이 될 듯싶다.

스틸 갤러리
촬영 현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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