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이성재 주연, <홀리데이> 언론 첫 공개
2006-01-11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희대의 범죄자를 시대의 희생양으로 다시 그릴 것을 약속했던 영화 <홀리데이>의 첫 시사가 1월 10일 롯데 명동 애비뉴엘에서 열렸다. <홀리데이>는 이감 중 탈출한 지강헌 일행이 8박 9일 동안 서울 시내를 숨어 다니며 벌인 1988년 10월의 탈주극을 영화로 옮긴 것이다. 당시 이들이 마지막 장소에서 인질극을 벌이며 외친 “유전무죄, 무전유죄(돈 있으면 죄가 아니고, 돈 없으면 죄가 된다)”라는 말, 인질이 도리어 탈주범들을 감싸준 행동 등이 항간에 회자되기도 했다.

영화는 이 실제 사건에 기초하지만, 당시 지독한 흉악범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탈주범들이 단순절도 잡범이었다는 점, 정치적 공세 속에서 생겨난 보호감호법의 억울한 피해자였다는 점, 인질극을 벌였으나 인질과 친분을 나누는등 선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등을 강조하며 지강헌(이성재) 일당의 불우한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작자에 따르면 교도소 부소장으로 등장하는 김안석(최민수)역을 제외하곤, “거의 모든 등장인물과 이야기를 실제에 기초하고 있다”.

영화가 끝난 뒤에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주연배우 이성재, 최민수 및 감독 양윤호, 제작자 이순열(현진시네마), 조연배우들이 자리했다. 질문은 먼저 최민수에게 모아졌다. 그는 “관객들이 (자신에게) 욕하면서 일어나기를 바랬다. (김안석은) 권력지향적 인물이다. 공권력의 음습한 면을 생각했다”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했다. 주인공 지강헌 역을 맡은 이성재는 “고등학교 때 집에서 뉴스로 (이 사건을) 본 기억이 난다. (이 영화는) 자서전이나 일대기도 아니고, 픽션이고 드라마다. 실제 사진 두 장, 몇 년 후 지강헌에 대해 만들어진 다큐 60분이 내가 본 전부다. 새로운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 인물이기 때문에 그걸 아주 간과할 수는 없었다”고 말하면서 실제와 픽션이 섞여 있는 인물임을 강조했다.

한 편, 제작자와 감독에게는 이 영화의 제작의도와 방식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순열 대표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17년 전에도 존재했고 지금도 존재하는 이 말이 미래에는 없어졌으면 한다고 생각한다. 가진 자의 찬탈 밑에 있는 못 가진 자의 설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양윤호 감독은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많이 애썼다. 그 사건을 정의한다기보다 그 인물들 속에서 그 사건을 이해하려고 애썼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제작진의 의도와는 달리, 상반되는 의견도 있었다. “숨고르기에 실패한 것 같다. 좋은 소재를 잘 활용하지 못한 것 같다. 많은 것들을 건드릴 수 있었는데, 지강헌이란 인물 자체도, 80년대라는 사회도 못 건드렸다. 철거민촌 장면은 <상계동 올림픽>을 생각나게 했는데, 오히려 더 기분이 상했다”(안시환)는 반응등이다. 사회 일각에서 곪아 터져 나왔던 과거의 환부를 지금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는 흥미롭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동조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말이다. 지금 <홀리데이>에 대한 첫 반응은, 소재의 힘에 비해 영화의 힘이 떨어진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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