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뉴스]
스필버그 새영화 <뮌헨> 주인공 에릭 바나
2006-01-11
글 : 김은형 (한겨레 esc 팀장)
이-팔 분쟁지역 주민들에게 깊은 연민 느꼈죠

스티븐 스필버그의 새영화 <뮌헨>은 지난해 ‘1972년 뮌헨 올림픽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비밀리에 제작이 진행됐다. 파리, 로마, 부다페스트 등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진행된 촬영에는 언론의 접근이 금지됐고 주인공을 제외한 배우들 대부분도 시나리오의 전체를 볼 수 없었다고 한다. <뮌헨>은 ‘17살 이하 부모 동반 관람가 등급’(R)을 받고 지난해 12월 24일 공식 시사회 없이 미국내 530개 극장에서 관객 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비공식 개봉을 했다. 가장 뚜렷한 반응은 유대계에서 “스필버그는 더 이상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라고 공공연하게 표명한 것이다.

지난 1월 5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위치한 스필버그의 영화사 엠블린 엔테터인먼트의 시사실을 찾았다. 엠블린의 로고는 천진한 표정의 이티(E.T)의 얼굴이다. 그러나 <뮌헨>은 스필버그가 더 이상 천진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음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1972년 팔레스타인 테러 집단이 올림픽에 참가한 11명의 이스라엘 선수과 관계자들을 살해한 ‘검은 9월단’ 사건을 모티브로 한 <뮌헨>에서 뮌헨은 도착점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영화는 당시의 인질극을 재구성하는 대신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그러나 당사자들은 부정하는-복수극을 펼친다. 모사드 직원이었던 아브너는 “모사드와 아무런 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계약서 아닌 계약서’를 쓰고 다른 네명의 기술자들과 함께 검은 9월단의 중요 인물 암살 계획에 투입된다.

시사회 다음날 한 호텔에서 만난 아브너 역의 에릭 바나(38)는 <헐크>를 찍을 무렵부터 이미 스필버그가 눈여겨 본 배우이다. 그는 아브나를 “순진한 민족주의자에서 의심과 불안, 편집증이 깊어지고 자신이 하는 일의 진정성에 회의를 품게 되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크로아티아계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유대계와는 아무런 인연이 없던 바나는 “운좋게 분쟁지역이 아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자라 안전을 염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보지 않았지만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깊은 연민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아브너는 단란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으로 묘사된다. 그의 타겟이 되는 팔레스타인들 역시 섬세하고 따뜻한 시인이거나 사려깊은 아버지로 묘사된다. <프렌치 커넥션> 등 70년대 스릴러 영화 스타일로 연출된 이 영화에서 암살이 벌어지는 순간은 긴박감이 넘치지만 적을 제거하는 과정이 성취감이나 만족감을 전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두워지고 불안감으로 가득 찬다.

바나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영화의 주인공을 발탁된 것에 대해 “우리(제작진)에게 중요했던 건 당시의 테러사건 이후 무슨 일이 벌어졌는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면서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런 점에서 영화가 지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건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답했다. <헐크>에서 <트로이> <뮌헨>에 이르기까지 진지하고 내적 갈등을 지닌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온 그는 가벼운 코미디를 “손에 쥐고 있을 때는 즐겁지만 먹고 나면 금방 후회하는 초콜릿”으로, 진지하고 선이 굵은 드라마를 “고기, 야채, 와인이 곁들여진 풍성한 만찬”으로 비유하면서 자신은 “늘 시대를 초월한 작품을 하고 싶었고 <뮌헨>은 바로 그런 영화”라고 말했다.

<뮌헨>은 1월7일 미국에서 공식적인 전국 개봉을 했으며 한국에서는 15살 관람가 등급으로 2월9일 개봉한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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