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어느 카우보이의 러브 어페어, <브로크백 마운틴>
2006-01-12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두명의 젊은 카우보이 에니스 델 마(히스 레저)와 잭 트위스트(제이크 질렌홀)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 것은 1963년 와이오밍주에 있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였다. 그들의 운명이란 그 만남을 시작으로 끈적한 동료애나, 의리로 발전하는 대신 끊을 수 없는 사랑으로 묶이는 것이다. 그러나 그해 여름 한철을 같이 지낸 후, 그들은 어쩔 수 없이 다시 헤어지고 만다. 그 뒤 에니스는 와이오밍에 남아 결혼을 하여 두 딸의 아버지로 살아가고, 텍사스로 간 잭 역시 결혼하여 한 아들의 아버지가 된다. 그러나 에니스와 잭은 4년 뒤 재회하고, 그때부터 20년 넘게 간간이 만나면서 비밀스러운 사랑을 이어간다. 그러나 어느 날 잭에게 보낸 엽서가 되돌아오자 에니스는 그에게 뭔가 일이 생겼음을 직감한다.

퓰리처상 수상자 출신의 E. 애니 프롬스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 <브로크백 마운틴>의 감독은 <와호장룡> <헐크> 등으로 유명한 리안이다. 리안은 전통을 재해석하거나 과거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비트는 것에 능하다. 이 영화에서도 역시 서부극의 주인공이나 됨직한 사내들을 가슴 절절한 러브스토리의 주인공들로 변주해냈다. 이른바 ‘게이 웨스턴’으로 불리는 <브로크백 마운틴>은 그런 점에서 세심하게 변형된 멜로드라마라고도 할 수 있다. 이미 <브로크백 마운틴>의 슬픈 사랑이야기는 외국에서 많은 호평을 끌어 모으고 있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비롯해 LA 비평가협회상, 뉴욕 비평가협회상, 사이트 앤 사운드의 올해의 영화 등으로 이어졌고, 올해 오스카의 주요작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적은 개봉관에서 상영되었음에도 박스오피스 8위에 오르는 등 관객의 반응도 좋다. 한국에서의 개봉은 2월 중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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