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야수’ 주연배우 권상우 “똑같은 연기는 싫증나요”
2006-01-12
글 : 전정윤 (한겨레 기자)
사진 : 탁기형 (한겨레 기자)

“연기 변신을 잘 하는 배우들이 부럽고, 아무리 스타여도 한 이미지로 10년 넘게 먹고 사는 사람들 짜증나요. 개인적으로 연기든 뭐든 똑같은 일 반복하는 거 싫증 잘 내기도 하구요.”

지난 여름 하느님의 착하고 순한 양이었다가(<신부수업>), 계절이 두번 바뀌는 동안 야수로 돌변해(<야수>) 나타난 권상우(31)의 첫 마디는 단순하고 명쾌했다. 그 말을 듣고 보니, ‘신부’가 되기 전 그의 필모그래피에서도 변화에 대한 욕구가 엿보인다. 똑같이 교복을 입었어도 <화산고>(2001)와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와 <말죽거리 잔혹사>(2004) 속 그의 모습은 각기 달랐다. 변주의 횟수에 비례해 영화와 하모니를 이루는 수준도 높아졌다.

<야수>에서 권상우는 물불 가리지 않고 일단 덤비고 보는 형사 장도영 역을 맡았다. 폭력 조직 도방파를 와해하는 데 모든 것을 건 검사 오진우(유지태)와 함께 정·재계 거물이 된 도방파 보스 유강진(손병호)에 맞서는 인물이다.

공공연하게 “<화산고> 때는 장혁을, <일단 뛰어> 때는 송승헌을 이기고 싶었다”던 권상우다. 그래서 이번에도 ‘유지태와의 연기대결’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이제 만 서른을 막 넘긴, 데뷔 6년차 배우 권상우가 <야수>에서 택한 길은 경쟁이 아닌 조화였다. 그는 “<야수> 시나리오를 봤을 때, (튀지 않고) 묻어가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했다”며 “유지태와 경쟁하는 대신 서로 응원해주면서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성수 감독(<무사>의 감독과 동명이인)이나 다른 스태프들과의 호흡도 잘 맞았다. “현장에서 저도 모르는 순발력 같은 게 생겨요. 감독님이 그걸 포착해서 그때 그때 잘 잡아주셨고, 그래서 결과도 만족스럽게 나왔어요. 촬영하면서 100%를 다 쏟아냈다는 쾌감도 느꼈구요.”

그래서인지 12일 관객에게 첫 선을 보일 영화에 대해서도 자신만만했다. “영화 주인공들은 혼자 끝까지 살아남고, 쉽게 상대를 제어해요. 하지만 <야수>의 장도영은 그렇지 않아요. 작은 행복을 원하면서 열심히 살아도 그게 쉽지 않아요. 그 모습이 우리들의 현실과 더 닮지 않았나요? 끝까지 가는 남자 얘기라는 것도 맘에 들구요.”

언론 시사회 뒤 ‘끝까지 가는’ 결말에 대한 엇갈린 반응과 아직 좀 남아 있는 그의 ‘혀짧은 발음’에 대한 안 좋은 평가들도 있었지만 권상우는 이에 대해서도 스스로 “공격적으로 변했다”고 할 만큼 단호했다. “2시간 동안 어떻게 모든 얘기를 다 담을 수 있나요? 영화에 대해 좀 더 제대로 된 관심들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혀짧은 발음이요? 정말 듣기 싫으면 영화 안 보시면 되잖아요. 노력도 안 하고 이런 말 하면 버릇 없는 놈이지만, 저 노력 많이 해요. 처음부터 누가 심은하, 이병헌을 연기파 배우라고 그랬어요? 노력하고 많이 하다보면 느는 거죠. 한 작품에서 보여준 부족한 연기가 징이 박히는(각인되는) 경향이 있는데, 좋은 작품에서 더 나아진 연기를 좀 봐주세요.”

스스로를 “상업 영화 배우”라고 얘기하는 권상우는 앞으로도 “적정한 수준의 흥행이 보장되면서도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영화를 하고 싶다”고 했다. “재밌게 끝까지 가는 남자 영화를 더 해보고 싶고, 능력은 아직 안 되지만 정통 멜로도 하고 싶다”는 그의 다음 작품은 김하늘과 함께 출연하는 <청춘만화>(이한 감독). 권상우는 뚜껑머리 액션 배우 지망생 역을 맡았다. 메트로섹슈얼한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에게 ‘얻어터지는 형사’에 이어 ‘뚜껑머리 액션 배우’는 너무 아쉬운 선택아니냐고 농반진반을 던지자, “재밌잖아요”하며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