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최고의 개 캐릭터는? 2006 DOG AWARD
2006-01-14
글 : 김정영 (영화제작소 청년 회원, 프로듀서)

인간과 가장 친근하기로 말하자면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동물, 개. 개와 인간의 관계는 양을 돌보거나 썰매를 끌거나 하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시작했겠지만, 어린 시절 개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것이다. 개들은 실용적인 목적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을. 때로는 이 녀석들의 따뜻한 온기가 백 마디 위로의 말보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는 것을. 그래서일까, 영화나 만화 등에는 유난히 개가 많이 등장한다. 때로는 주연으로 때로는 주연보다 존재감있는 조연으로. 병술년, 개의 해를 맞아 가장 충직한 개부터 가장 뻔뻔스러웠던 개까지 영화·만화 속 최고의 개 캐릭터를 뽑아봤다.

알고 보니 해결사

<형사 가제트>의 브레인 가제트 형사는 운 좋은 사나이다. 헬리콥터형 머리, 길게 나오는 팔, 늘어나는 다리 등등 로봇 기능이 동양의 <도라에몽> 수준의 이 탐정은 어떤 상황에도 만능임에 틀림없는데 어쩐 일인지 아주 열심히 일을 하고 진지하게 추리해도 항상 엉뚱하게 일을 벌이고 다닌다. 가제트 형사가 왜 운이 좋냐 하면 똑똑한 조카 페니와 그녀가 키우는 개 브레인 덕분에 사실 모든 사건을 해결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무엇이냐? 마치 <명탐정 코난>에서 모리 탐정을 잠들게 한 뒤 코난이 사건을 해결하고 모리를 깨우는 시스템이라고 해야 하나…. 잠자며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 모리란 캐릭터를 만들어낸 꼬마 명탐정 코난의 트릭처럼 모리 탐정의 로봇판이라고나 할까? 여기서 또 재미있는 것은 소녀와 개는 늘 수화로 대화한다는 것이다. 브레인이 페니의 개로 사건을 해결하는 쪽이라면 악당쪽 캐릭터로 끝까지 얼굴을 보이지 않고 손만 나오는 악당손과 그 옆의 음흉한 뚱보 고양이인 ‘미친 고양이’(이름도 매드캣이다)도 재미난 캐릭터이다. <개구쟁이 스머프>에서 가가멜 옆의 ‘아즈라엘’ 못지않은 인상적인 고양이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이상하게 서양 악당들은 뚱보 고양이를 키우는군.

천재 개

<카우보이 비밥>의 아인 악당들이 불법 사육한 데이터 개 웰시 코기는 애완동물가게에서 베이징오리를 가지고 오려는 스파이크에게 어쩌다 걸리게 된다. 21세기의 카우보이, 현상금 사냥꾼 스파이크는 아이와 동물은 싫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이 다리 짧은 천재 개를 맡게 된다. 2070년 미래, 루팡 3세의 후신 같은 스파이크와 전직 경찰 제트, 냉동인간 출신 페이, 해커 에드, 그리고 아인까지 4명의 인간과 1마리의 강아지 이야기라고 감독인 와타나베 신이치가 단출하게 말하는 이 퓨전 웨스턴은 멋진 연출과 세련된 이야기 그리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애니메이션광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좋아하는 걸작을 만들어냈다. 여기에도 <형사 가제트>의 브레인 못지않은 천재 개가 활약하는데, 특히 2화에서 개의 출현과 함께 벌어지는 액션추격신은 아인이 악당들을 어떻게 따돌리고 스파이크를 어떻게 돕는지를 도미노식 연출로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이 감독은 <엑셀 사가>에도 자주 출현한다. 혹시 멘치가 아인의 후신일지도 모를 일. 그럼, 멘치도 천재 개?? 천재 개를 식량으로 둔갑시키다니….

영혼을 치유해주는 개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버델 강박신경증 환자 멜빈(잭 니콜슨)은 괴팍한 소설가. 보도블록의 선도 밟으면 안되고 포크와 나이프도 자기 것을 들고 다닐 정도로 결벽증도 심하다. 또한 개라면 질색이어서 이웃집 게이 화가가 키우는 개 버델을 쓰레기 통로로 버리기조차 한다. 그런 그가 게이 화가가 강도를 당해 입원한 동안 그의 개를 돌봐주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개밥을 베이컨으로 데커레이션해주고 개가 밥을 먹는 동안 피아노를 쳐주기도 한다. 식당에서 항상 고정 테이블에서만 식사를 하던 그가 버델을 보기 위해 자리도 옮긴다. 작은 개 버델과 친해진 멜빈은 개가 다시 주인에게 돌아가자 텅 빈 방에서 눈물을 흘린다. ‘내가 개 때문에 울다니….’ 이 작은 개에게 영혼의 주문이 풀리게 된 멜빈은 하나씩 바뀌게 된다. 웨이트리스의 아이를 위해 자신의 편집장을 협박해서 그녀의 남편인 의사가 직접 왕진을 가게 하고 이웃집 불운한 게이 화가에게는 개와 친하게 된 방법을 알려주면서 위로하려고 한다. 작은 개 한 마리가 뛰어들어 이 괴팍한 아저씨의 진심을 이웃에게 하나씩 하나씩 내보이게 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이다. 개와 불운한 인간, 슬픈 인간, 괴로운 인간, 외로운 인간들이 작은 개 한 마리로 인해 달라지면서 변해가는 놀라운 이야기가 잭 니콜슨의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이다. 걸레뭉치 같은 개와 주름으로 괴팍한 얼굴을 팍팍 들이대는 잭 니콜슨의 연기 앙상블은 최고의 콤비영화를 만들어냈다. 다시 봐도 행복해지는 개와 외로운 인간의 치유 이야기,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개와 인간의 영화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뮤즈견

<벡 BECK>의 벡 개가 아이콘인 그룹들도 많다. CD 재킷에 개가 그려지거나 개 사진이 있으면 어김없이 다시 뚫어져라 봤던 난 필로우스의 CD는 일본 사이트에서 다 사모으곤 했었다. 만화에서 개 아이콘을 멋지게 그려넣었던 음악 만화는 바로 <벡>(BECK)이다. 주인공 소년 유이치에게 기타를 가르쳐준 일본계 미국인 소년이 키우던 개가 벡. 여기저기 다른 가죽으로 수술하여 되살아난 누더기 개 벡은 이들 음악소년들의 상징이 되고 총 맞은 기타 루실과 함께 누더기 개 벡, 그리고 다양한 친구들의 밴드 만들기, 몽골리안 촙 스퀘이드의 일본 및 미국 입성기를 여러 공연 장면과 함께 경연하면서 보여주는 만화다. 총 맞은 기타, 인디밴드, 소년들의 열정과 좌절, 음악과 그리고 못생긴 개…. 얼마나 매력적인 조합인가. 사랑 따윈 필요없어를 외쳐도 <벡>에도 사랑 코드는 들어가고…. 그리고 그들은 성장한다. 미스터리한 개, 벡의 비밀을 풀어가면서 이 알 듯 모를 듯한 소년들의 성장기는 벡과 함께 풀어간다. 만화가들은 고양이를 키우고 뮤지션들은 개를 키우고 이렇게 개와 고양이에게 서로 경쟁하듯 헌사하는 게 늘어갈 때 나야 좋지 좋아…. 나를 반겨주지 않을 것 같은 세상에서 도피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이 <벡>의 세계로 그냥 풍덩 빠지는 게 최고다. 옆에 바보개 한 마리를 조물조물 끼고서 말이다.

가장 술 잘 마시는 개

<검정 고무신>의 똥개 <검정 고무신>을 처음(1992년) <챔프>에서 봤을 때 너무 즐거워했던 것 같다. 잘 사지도 않던 소년만화잡지를 꼬박꼬박 샀던 것도 이 <검정 고무신>을 읽기 위해서였다. 사쿠라 모모코의 <모모는 엉뚱해>와 이빈의 <안녕 자두야>가 소녀풍이라면 <검정 고무신>은 소년풍의 유년 회상 코믹물. 그림도 정감 가는 명랑그림체에 기영, 기철 형제 이야기와 친구들의 소소한 이야기도 구수하고 웃기지만 가장 재밌게 봤던 것은 만화에서 항상 마당 또는 마루 위에서 주인공에게 맞아서 혼자서 막걸리를 마시는 미친 똥개가 있는데 그 개가 생각나서 이 특집에 굳이 우겨서 집어넣었다. 멋진 천재 개도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개도 그리고 미스터리한 누더기 음악뮤즈견을 위에 다 소개해도 이렇게 멋진 술꾼, 자포자기 개가 어디 있으랴…. 마당 한구석에서 세숫대야에 막걸리를 부어 마시며 눈물 흘리면서 먹던 기영, 기철 형제네 집의 똥개는 뒤에 어떻게 되었을까? 혹시 기영, 기철 형제가 여름에 잡아먹었을지도 모를 일….

눈물의 제왕견

<헤이 캐시>의 무명견 소녀들의 순정만화 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개가 바로 <헤이 캐시>에 나온다. 내가 최근에 만난 작가는 그 만화를 읽고 난 뒤 너무 가슴이 아파서 개를 키울 수 없었다고 한다. <헤이 캐시>를 기억하는 작가를 만나서 그동안 일 이야기를 하면서 맹하게 앉아 있던 난 순간 눈이 반짝, 머리가 팽팽 돌면서 너무 기뻐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 ‘한잔해요!!’ 그런데 정작 이 오래된 만화의 자세한 내용이 서로 기억이 안 났다. 단편적인 기억으로 주인공 캐시가 요트를 사려고 돈을 모았던 것, 그녀의 머리가 짧았다는 것, 구조견 같은 그 개가 나중에 죽았다는 것 등등 그리고 <헤이 캐시>의 작가가 <남녀공학> 작가이기도 했죠 하는 잘난 척 발언 정도를 하면서 기억 속 헤매기는 끝이 났던 것 같다. 그래도 무척 슬픈 기억으로 기억하는 이 만화책, 아직 가진 사람들이 있을까?

가장 뻔뻔스러운 개

<구품지마관>의 세퍼트 인형 주성치는 개를 무서워하는지 그의 영화엔 검고 사나운 세퍼트가 자주 나온다. 사극인데도 왜 독일산 세퍼트가 나오는지 잘 모르겠다. 더 뻔뻔한 것은 사람을 물고 죽이는 그 사나운 개가 사람에게 맞는 순간 어느 사이에 인형으로 바뀌어져 있다. 주성치의 웃긴 영화 중 하나인 <구품지마관>에서 싸구려 수사관인 주성치는 숙부인 오맹달과 함께 사건현장을 수사하는데…. 그 수사 장면에서 바로 이 세상에서 가장 뻔뻔한 개 시체를 만지며 죽음의 이유를 밝히는 장면이 나온다. 세퍼트는 인형으로 바뀌어 태연하게 하늘로 발을 치켜세워 누워 있고 숙부는 심각하게 개의 이름을 물어보는데 주성치는 치일가의 아표라고 개 이름을 알려준디. 그리곤 개의 얼굴을 확인한다며 그 인형을 돌리는데 순간 이 둘의 얼굴은 더더욱 진지하게 개 인형을 가지고 개 죽음의 미스터리를 파헤친다. 이 장면에서 깔깔거리며 웃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뻔뻔한 연출은 뒤에 현대물에서 주성치가 개를 끌고 가다가 장면이 바뀌어 개에게 끌려가는 장면(이 장면에선 주성치가 마네킹이 되어 끌려간다)으로 바뀐다. 한때 주성치의 천재적 장면을 짐 캐리가 베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어이없게도 자신을 베낀 짐 캐리를 또 베낀 주성치를 보면서 두손두발 다 들었다. 그의 영화 속의 개는 사랑스럽거나 바보거나 똑똑하게 등장하는 게 아니라 항상 인간을 위협하는 걸로 나오는 것을 보면 주성치는 개를 무서워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복수로 개인형에게 화풀이하는 것은 아닐까?

눈치 백단 개

<마스크>의 마일로 <마스크>에 나오는 개 마일로는 뛰어오르기를 좋아한다. 영리하고 눈치 빠른 마일로는 짐 캐리가 감옥에 갇혔을 때 창밖에 앉아서 주인을 기다리는 충직성을 보이다가 마치 노숙자처럼 신문지로 가건물을 만들어놓고 지내다가 주인이 불러내자 예의 그 뛰어오르기로 짐 캐리의 유치장 창문으로 올라간다. 그리고 교도관의 열쇠를 몰래 물어와 짐 캐리를 도망갈 수 있게 하는 일등공신이다. 영화의 마지막에 악당과 싸우다가 날아간 마스크를 마일로가 얼굴을 들이대어 개 마스크맨으로 변신, 악당과 싸운다는 짐 캐리식의 귀엽고 황당한 개 액션을 볼 수 있다. 이 영화 이후에 잭 러셀 테리어종이 크게 유행했다는… 그리고 그들의 이름이 모두 마일로였다는….

외강내유 개

<닥터 스크루>의 꼬마 동생이 수의사라 집에 심심치 않게 여러 종류의 개들이 오게 되었다. 아파서 버려진 개들- 다리를 절거나 나이 들어 눈이 멀어 버려진 개- 도 있지만 멀쩡한 얼굴인데 감당할 수 없이 커지거나 너무 명랑해서 버림받는 개들도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어른 코카스파니엘과 어른 시베리안 허스키들…. 물론 시베리안 허스키들은 금방 그 얼굴에 매혹되어 키우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곤 했지만 아프거나 너무 늙으면 데려가는 사람들도 없어 한때는 11마리 넘게 개 고아원이 형성된 적도 있었다. 결국 걔들은 동생의 동물병원에서 키워지게 되고 대신 동물병원 입원실엔 버려진 개들로 게토를 이루어 정작 입원하고 싶은 개들은 다른 병원을 가야 할 형편이 되고 말았다. 동생네 병원은 점점 망해가고…. 흑흑, 이런 비슷한 동물병원에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초보 수의사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닥터 스크루>는 소개 당시 우리나라에선 희귀종인 시베리안 허스키의 얼굴과 특유의 썰렁한 연출 때문에 많이 알려진 만화. 이제는 알래스카 말라뮤트 등등 북구의 개들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키워지고 있지만 사실 무더운 여름이 있는 이곳에서 그들의 여름나기는 동물원의 북극곰 못지않게 괴로울 게 틀림없다.

가장 충직한 개

<플란다스의 개>의 파트라슈 개 이야기의 성전, <플란다스의 개>. 우린 이 애니메이션을 일찍이 보면서 원망을 배웠다. “아로아의 아버지는 왜 그러셨나요?” 또 네로의 그림공부를 통해 루벤스란 대화가의 이름도 알게 되었다. “먼동이 터오는 아침에 가로수를 누비며 잊을 수 없는 우리의 그 길을….” 노래는 죽도록 우리의 귀에 맴돌게 되었고 학교 운동장에서 목이 터져라 부르며 자랐다. 웬만한 집 개들은 파트라슈란 이름을 안 붙인 적이 없었고 아로아의 빨간 볼이 예뻐서 이후 우리가 그리는 캐릭터에 등장하는 항상 소녀의 볼은 항상 빨간 볼이 되었다. 1975년 일본에서 방영된 <플란다스의 개>는 돌아가신 어머니와의 유일한 추억인 루벤스의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소년 네로와 늙은 개 파트라슈, 부잣집 소녀 아로아의 이야기로, 마지막에 파트라슈를 껴안고 죽어가는 소년 네로의 모습에 모두들 통곡하면서 보았던 추억의 만화다. 일본에서도 어린이들이 네로와 개를 죽지 말게 해달라고 방송사쪽에 빗발치게 항의를 했다고 하는데 이 만화를 보는 정서는 다들 비슷한가보다. 인터넷에서 찾아낸 파트라슈의 견종으로는 버니즈 마운틴 도그로 추정되며 이 종은 스위스 베른이 원산지로 산악지대에서 사육되어 우유 수레를 끄는 사역견에서 출발해 가축 떼를 관리하는 목축견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온순하지만 자립심이 매우 강하고 영리해서 무턱대고 야단치면 성격이 비뚤어질 수 있으므로 눈을 맞추고 말로 훈련시킨다’라는데… 여기서 성격이 비뚤어진다는 것은 무슨 소리일까?? 파트라슈는 늙은 주정뱅이 아저씨의 폐품 수레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끌었는데 말이다. 개가 담배라도 꼬나물고 침이라도 뱉는다는 소리인가?!!

가장 불쌍한 개

<엑셀 사가>의 멘치 엑셀은 고교를 갓 졸업한 다재무능한 소녀. 썩어빠진 지구를 위해 뭔지 모를 지구정복을 꿈꾸는 일파랏쵸 일당이 있는 아크로스 일원이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짓은 지구정복이 아닌 동네정복인데…. 너무 원기 왕성하고 일파랏쵸를 향한 심한 애정 표현과 영어와 함께 어려운 용어를 일부러 쓰면서 알 수 없는 조잘거림으로 일을 하는 건지 망치는 건지…. 하여튼 그녀는 좌충우돌하면서 툭하면 죽으나 맨홀에 팔다리가 달려 있는 캐릭터 ‘우주의 위대한 힘’에 의해 다시 살아난다. 엑셀의 끊임없는 아르바이트로 이 조직은 연명하는 것 같은데 그녀는 항상 배가 고프다. 운나쁘게 이 열혈소녀의 눈에 띄어 항상 비상식량으로 데리고 다니는 개가 멘치. 이 황당한 이야기의 애니메이션은 시작할 때부터 ‘엉터리 실험 애니메이션’을 표방한다. 그리고 ‘만화가 원작자를 죽여라’식의 말도 안되는 미션부터 시작한다. <엑셀 사가>는 멘치가 엔딩송으로 부르는 일명 <애수의 볼레로>로 유명한데 개가 노래하는 장면이 두고두고 회자되는 문제적 명장면. 개가 노래 부르고 화면 아래 사람이 수화로 번역하는 식으로 엔딩송이 계속 나오는데 가히 그 가사가 일품이다. 개가 마이크에 대고 부르는 애절한 가사가 바로 이것….

멘치가 부들부들 떨면서 부르는 노래. 너무 영리하면 이렇게 된다.

“먹으려면 한번에 고기가 딱딱해지지 않게… 안고 있는 당신의 팔 느껴본다면 센 만큼 괴로워요… 부엌의 소금, 후추, 무디게 빛나는 칼날이 원망스러워요… 내일의 꿈보다 이 몸에는 식용유가 어울리네요… 알아차렸던 그날부터 운명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에요. 양념은 중간 정도가 아님 싫어! 먹히는 것 싫어!!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지 않음 더욱 싫어~~~ 먹더라도 한방에 고기가 질기지 않게….”

사진제공 R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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