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틀]
<고르고13> 하드보일드 애니메이션의 결정판
2006-01-14
글 : 한청남

최강의 킬러 고르고13에게 최대의 위기가 닥친다. 고르고13에게 외아들을 잃고 분노에 휩싸인 석유제왕 도슨이 FBI, CIA, 펜타곤 등 미 정부기관을 움직여 그를 제거하려는 것이다. 절체절명의 시련 속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는 고르고13과 며느리와 손녀딸까지 도구로 이용하는 도슨의 광기. 자신들의 모든 것을 내건 두 남자의 대결에서 살아남는 자는 과연 누구인가.

30년 넘는 세월 동안 성인 남성 팬들의 지지를 통해 꾸준히 연재되면서 일본 최장수 만화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 ‘고르고13’. 다부진 외모와 강철 같은 체력, 그리고 투철한 정신력으로 맡은 임무는 반드시 완수하는 고르고13은 일본 만화계의 대표적인 아이콘 가운데 하나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70년대에는 두 차례 실사 영화화되었으며(고르고13의 실제 모델이기도 했던 다카구라 겐과 <킬 빌>로 잘 알려진 소니 치바가 각각 주연을 맡았다) 1983년에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이, 98년에는 OVA로 제작되었다. 그 중 극장판이 이번에 DVD로 출시되는 작품. 원작의 하드보일드한 분위기와 성인물로서의 폭력과 섹스 묘사에 도전한 이는 <내일의 조> <베르사이유의 장미> 등으로 TV 애니메이션계에서 명성을 떨치던 데자키 오사무 감독이다.

스토리에서부터 극화풍의 캐릭터 디자인까지 지독하리만치 성인남성 취향으로 구성된 <고르고13>은 일본에서 개봉 당시 흥행면에서 그리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특히 장편 애니메이션으로서는 최초로 도입된 CG 장면의 경우, 획기적인 시도이긴 하였으나 전체적인 그림체와 비교할 때 너무 이질감이 들어 작품이 실패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르고13>은 명작으로 꼽기에 충분한 재패니메이션이다. 강렬한 인상의 정지영상을 통해 정중동의 미학을 선보이는 ‘하모니 기법’과 마치 태양빛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듯한 ‘투과광 기법’ 등 데자키 감독 특유의 독특한 연출기법과 함께 화면분활과 교차편집 같은 영화적인 기교가 맞물리면서 근래 보기 드문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애니메이션의 범주를 뛰어넘는 탁월한 스릴러물이면서 동시에 애니메이션으로서만이 가능한 영상미를 뽐내는 독창적인 작품이다.

과거 케이블 TV를 통해 국내 방영되기도 했던 <고르고13>이지만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작품인 만큼 이번 DVD 출시는 그 자체만으로 반가운 일이다. 일본판 DVD 발매 당시 리마스터링된 영상과 오리지널 모노 사운드를 돌비 5.1 채널로 리믹스한 음향을 담아 화제를 모았는데, 국내판 역시 그러한 사양이 적용되어 있다. 하지만 고전 셀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감안해 최신작 수준의 깨끗한 영상과 소리는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대신에 섬세한 작화와 80년대 마초 스타일의 박력 있는 음악은 충실히 재생된다. 부록은 아쉽게도 정지영상으로 된 설정그림들만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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