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국 작가영화 감독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우선 임권택, 김기덕 감독의 신작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은 신생영화사 KINO2의 창립작으로 결정됐고, 김기덕 감독의 13번째 영화 <타임>은 김기덕 필름에서 제작한다. 제작 중단까지 몰렸던 <천년학>은 새로운 투자 제작자를 만나 극적으로 날개를 편 것이고, <타임>은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비교적 긴 휴지기 끝에 발표된 신작이라 더욱 주목을 끈다.
소설가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하는 <천년학>은 당초 영화사 태흥에서 제작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작년 12월 초 투자 난항과 캐스팅 난조가 겹치면서 어쩔 수 없이 제작사가 포기를 선언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맞았다. 이후 새 제작사가 확정 발표되기까지는 한달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무엇보다 임 감독님의 영화가 보고 싶어서” 창립작으로 선택했다는 KINO2의 김종원 대표는 “임 감독님을 아끼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었고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움직였다”며 극적 부활에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았음을 시사했다. <천년학>은 “3월 중순쯤 장흥이나 광양에서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며, 영화의 내용 거의 대부분을 호남 지역에서 찍을 것”이라고 한다. <천년학>의 순제작비는 35억원이다.
한편 김기덕 감독의 신작 <타임>은 성현아, 하정우의 캐스팅이 알려지면서 윤곽을 드러냈다. 강영구 프로듀서는 “이번달 18일부터 서울 일산 근교를 중심으로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방 촬영은 거의 없을 것이고, 전작들과 달리 시나리오 순서대로 찍는 장면이 많아 아마 한달 이상 걸릴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규모는 “<빈집> <활> 때와 비슷하고, 역시 일본의 해피넷이 투자한다”고 밝혔다. <타임>의 주인공으로 낙점된 두명의 배우 성현아와 하정우는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자>서 이미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타임>은 시간이 지나 권태기로 빠져들게 된 남녀가 사랑의 극복을 위해 극단의 행동을 한다는 내용이다. 한편 홍상수 감독의 신작, 이창동 감독의 <밀양>(가제) 또한 기다리고 있어, 2006년은 작가영화 감독들의 신작 소식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는 풍성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