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악어와 악어새의 롱테이크, <사생결단> 부산 촬영현장
2006-01-16
글 : 김수경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진짜, 진짜 잡고 싶어!” 도 경장(황정민)이 떨리는 두 손을 오므리며 호소한다. 마주 앉은 마약상 이상도(류승범)는 “언제 비즈니스를 해봤어야 알지”라며 코웃음칠 뿐이다. 부산 사투리가 울려퍼지는 이곳은 <사생결단> 촬영현장, 부산 영상위원회 스튜디오다. 불빛에 반짝이는 미러볼이 돌아가고 노래방 TV에는 여인들의 노출 장면이 흘러간다. 인물을 정면에서 응시하는 A카메라가 터를 잡으면 B카메라는 노래방 전경과 내부를 찍기 위해 핸드헬드로 움직인다. 베테랑 임재영 조명기사는 “<사생결단>은 빛에 관한 새로운 시도가 많다. 특히 로케이션에서는 타 작품에 비해 2∼3배의 조명이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최호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를 믿기 때문에 두대의 카메라를 상시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덧붙였다.

영어제목 <마약중개상, 미친 형사를 만나다>처럼 이날 촬영은 ‘악어’ 도 경장과 8개월간 감옥살이를 한 ‘악어새’ 상도가 재회하는 장면이다. 도 경장은 상도를 미끼로 숙적 장철(이도경)을 잡으려 한다. 그러나 상도는 머리를 굴리며 도 경장의 애를 태운다. 매 테이크마다 필름 롤을 바꿔야 하는 3분짜리 롱테이크가 그들을 기다린다. 상도의 단짝 성근으로 출연한 온주완이 카메라 앞에서 슬레이트를 친다. 세번은 길게, 두번은 짧게 총 다섯 테이크 만에 황정민이 OK를 얻어낸다. 그는 촬영 내내 모니터를 확인하며 저녁식사도 거의 하지 않고 새벽에 공수된 야식마저 거절했다. 다음 차례는 이 영화를 위해 8kg을 감량한 류승범이다. 모니터 앞에 형제처럼 앉은 두 배우가 보여주는 각자의 롱테이크는 <8마일>의 랩배틀 같다. 둘은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찍던 그 시절처럼 한 아파트에서 합숙 중이다. “애정표현이지만 다부지게 때려”라고 최 감독이 말한다. 류승범의 상의가 다 벗겨지고 황정민이 손가락을 약간 다칠 정도로 격렬했던 액션 시퀀스를 끝으로 아침이 찾아온다. 황정민은 “마약을 전면적으로 드러내서”, 류승범은 “모르는 세계임에도 시나리오에 사실감이 느껴져서” 출연을 결정한 MK픽처스의 <사생결단>은 현재 촬영이 60% 진행됐고 오는 4월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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