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봉수
은행원 봉수(설경구)는 이보다 더 평범할 수 없는 남자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소박한 소원을 가진. 하지만 사랑에 관한 센스는 제로에 가까운. 그는 고장난 엘리베이터에 함께 갇히고, 민방위 훈련 도중에 시내를 같이 질주하는 것이 ‘인연’의 힘이라는 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 심지어 그는 우연히 만난 옛 동창 태란(진희경) 때문에 자신의 진짜 인연 원주(전도연)에게서 시선을 거두어버리기까지 한다. 하지만 이 남자, 결국 자신과 연결된 인연의 고리가 어떤 것인지 눈치챈다. 다행이다.
<사랑을 놓치다> 우재
<사랑을 놓치다> 역시 인연에 관한 영화다. 설경구는 여기에서도 자신의 인연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남자로 등장한다. 표현 한번 하지 않고 10년 동안 한결같이 자신만을 바라본 여자의 마음을 뒤늦게 알게 된 무심한 남자. 하룻밤을 함께 보낸 뒤 ‘미안하다’고 말하는 남자. 분명 우재는 마술을 통해 여자의 마음을 잡으려던 봉수보다 현실적이다. 그래서 덜 매력적이다. 그의 사랑은 헤어지고 아파하고, 놓치기도 하고 잡기도 하는 현실 속 우리의 팍팍한 사랑을 자꾸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