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노련하고도 편안한 솔직함, <투사부일체>의 정준호
2006-01-19
글 : 김나형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정초부터 ‘음침한’ 한겨레 사옥 옥상으로 걸음을 해야 했던 정준호는 (유수의 코미디영화에서 줄곧 보아왔던) 수더분하고 약간은 어수룩한 느낌의 인물이 아닌, 노련하고 젠틀한 사업가 같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95년 MBC 공채로 데뷔한 지 10년, 16개 영화에 출연한 배우이자 영화사와 호텔, 그 외 여러 사업에 몸담고 있는 실업가가 된 그다. “개인적으론 <아나키스트>에서 맡았던 역할(이근)이 기억에 남는데 사람들은 <두사부일체>를 가장 많이 기억하시죠. 피트니스센터에 가면 어르신들까지 영화 재밌게 봤다는 말씀을 건네실 정도로.” 실제로 그가 사용한 단어는 ‘어르신’이 아니라 ‘회장님’이었는데, 피트니스센터에서 ‘체력단련’을 하다 회장님과 인사를 주고 받는 모습을 떠올리자, 본좌, 잠시 뜨악한 기분이 되었다. ‘어, 뭐으야?’하는 표정을 지으며 반쯤 입을 벌리고 ‘왜이래? 왜 이러세요?’라고 할 것 같은 두식이, 대서, 내지는 명수, 백두 등으로 그려져 있던 정준호의 이미지가 갑자기 <공공의 적2>의 한상우 쪽으로 자리바꿈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정준호? 아~ 두식이~’라는 연쇄작용을 일으킨 사람이 나뿐 아니라면, 그건 모두 <두사부일체>의 공이다. 그에게 대중적 인지도와 유수 코미디 영화의 출연 제의를 함께 안겨 준 <두사부일체>. 정준호는 ‘그래서’ <두사부일체>에 애착이 간다고 말한다. “<두사부일체>의 속편을 만든다기에 기획 때부터… 배우로 출연한 건 물론이고 제작, 시나리오, 연출 등 관련된 부분까지 ‘긴밀하게’ ‘정열을 다해서’ 참여했습니다. 전편에 나왔던 배우들이 하나도 안 빠지고 출연한 속편은 <투사부일체>뿐일걸요.”

<투사부일체>는 전편에서 고등학교 졸업장을 따오라는 두목의 명령에 뒤늦게 고등학교로 돌아가 비리 사학과 맞짱을 떴던 계두식이, 내친김에 대학까지 졸업하고 고등학교 교생으로 오면서 생기는 일을 그린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조폭과 학교라는 나이브한 구도에다 사학재단 족벌체제의 부패한 권력관계와 그 아래 공생하고 희생되는 군상의 모습이 더해진 형상이다. 사학재단이 말도 많고 탈도 많은데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영화 속 재단 이사장이 수십명 수행원을 몰고다니면서 아버지뻘 되는 교장 선생님에게 막말을 날리는 장면이 실제 자신이 목격한 데서 차용한 것이란다.

요즘은 왜 코미디만 하냐고, 다른 장르 할 생각 없냐고 묻자 그는 웃는 듯 정색을 한다. “제가 연기를 못하잖아요. 필름 안에서 계속 몸 풀고 움직여서, 마흔 즈음엔 배우로서 승부 낼 수 있는 작품 하나 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특별한 배우보다 편안한 배우, ‘사람들이 저를 통해서 극장에 와서 웃음이라도 웃고 나갔으면’ 하고 생각해요. 영화인으로서의 정준호의 모습도 좋고.” 어딘가 무게를 잡는 듯하면서도 직설적으로 툭툭 터 놓는 그 솔직함에, 한상우의 악몽이 문득 두식이로 도로 바뀌었다. 휴! 안도의 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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