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40살까지 장가 못 간 남자, <공필두> 촬영현장
2006-01-23
글 : 김수경

“아이고 자네 아버지 어떡하니, 자네 아버지 어떡하니?” 슬픔에 목이 메인 권 여사(김수미)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당황한 표정으로 병상에 누운 아버지 공만식(변희봉)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공필두. 이곳은 단국대학교 천안 캠퍼스의 단국대병원 응급실이다. 이문식이 처음 단독주연을 맡은 <공필두>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다. 오늘 촬영분량은 마흔을 바라보는 노총각 형사 필두를 장가보내려고 꾀병으로 누운 아버지와 그를 흠모하는 권 여사가 벌이는 사기극이다.

이석환 조명기사는 직접 키노 조명을 침대 주위 커튼틀에 고정시키고 다른 방의 형광등을 껐다 켰다 하며 분주히 움직인다. 중앙의 침대 주변에 세 배우가 모여 있고 오른편에는 반팔 티셔츠에 타월을 목에 두른 선상재 촬영기사가 비지땀을 흘리며 핸드헬드로 카메라를 메고 있다. 현장 모니터가 없는 것에 대해 공정식 감독은 “감정이 중요한 장면에서는 배우의 눈빛을 봐야 하는데 모니터로는 어려운 경우가 있어서 지금은 모니터를 치웠다”고 설명했다. 30평 남짓한 좁은 공간 때문에 취재진과 스탭들은 벽에 붙어서 촬영을 살펴본다. 슛 사인이 떨어지면 금식 팻말이 달린 침대 위에 잠든 사람처럼 보이던 변희봉은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재담으로 스탭들을 즐겁게 해주던 김수미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 오열한다. 문을 박차고 뛰어드는 이문식도 심각한 표정으로 돌변해 있다. 공 감독은 “워낙 노련한 배우들이라 감정을 척척 이끌어낸다”고 말했다.

<공필두>는 <키다리 아저씨>로 데뷔한 공정식 감독이 2002년부터 준비한 자전적인 시나리오다. “사람에 대한 정으로 언제나 손해보는 공필두라는 인간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목표다. “형사라는 직업이 가진 액션의 요소나 배우들이 가진 코미디의 재능보다는 휴머니즘에 기반한 상황극 성격이 강하다”라고 공 감독은 말했다. 그래서 애드리브의 달인들이 수두룩한 현장이지만 대부분 대본대로 진행된다. 현재 총 55회차 중 85% 진행된 <공필두>는 이달 말 촬영을 끝내고 3월 말 개봉할 계획이다.

사진 최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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