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새해 연설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마지막 관문으로 인식되고 있는 ‘스크린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제) 문제가 또다시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김현종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0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관련 브리핑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여건이 형성되면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8년 된 스크린쿼터 문제는 풀고 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스크린쿼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 미국과 협상을 시작한 게 아니다”라며 “문화관광부가 영화계와 협상해 안을 마련해 오면 그 안을 갖고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스크린쿼터는 문화관광부 소관인 영화진흥법에 명시돼 있다. 시행령으로 보장된 현행 스크린쿼터 비율은 146일(1년의 40%)인데, 미국은 절반인 73일(1년의 20%)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스크린쿼터 문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의 또다른 난제였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문제가 최근 타결됨에 따라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의회로부터 위임받은 신속협상체결 만료기한이 내년 6월이고, 의회가 통상 석달간의 사전검토를 거치는 까닭에 양국 정부는 일정에 쫓기는 상황이다.
스크린쿼터와 관련해 문화관광부는 “영화계와 어떤 협상도 진행하고 있지 않다”며 외교부의 이야기를 일부 부인했으나, 축소를 용인하는 듯한 발언을 내비쳤다. 유진룡 문화관광부 정책홍보관리실장은 “현행 146일을 106일이나 92일 수준으로 조정할 용의는 있되, 별도의 보존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문화부 입장”이라며 “영화계 내부에서도 몇몇 사람들만 하루도 못 깎는다는 입장이고, 나머지 많은 사람들은 문화부 입장에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태신 재정경제부 차관은 이날 시이오(CEO) 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조찬포럼에서 스크린쿼터 유지를 주장하는 영화계를 ‘집단 이기주의’로 지목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권 차관은 “김대중 대통령 시절 국산영화 점유율이 40%를 넘으면 스크린쿼터를 줄이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금 시장점유율이 59%까지 올라간 상황”이라며 “자기 것만 안 잃으려고 한다”고 영화계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은 엠케이픽처스 대표(스크린쿼터지키기 영화인대책위원회 부집행위원장)는 “스크린쿼터제를 지켜냈기 때문에 영화 등 문화상품의 특수가 일어나 국가신인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국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미국과의 협상을 앞두고 전제조건으로 스크린쿼터 축소를 말하는 건 국제상식에도 어긋나는 변칙적인 태도”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