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회 베를린영화제가 경쟁·비경쟁 부문 26편 중 23편의 목록을 지난 1월18일에 발표했다. 23편 중 일부는 2005년 12월 말에 미리 발표되었던 작품들이며, 다음주에 남은 3편이 공개되면 최종적인 리스트가 완성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 전설적인 라디오 쇼를 다룬 로버트 알트먼의 <프레리 홈 컴패니언>과 클로드 샤브롤의 정치스릴러 <힘의 코미디>, 마이클 윈터보텀의 <관타나모로 가는 길>이 경쟁부문에 올라 있다. 특히 테러용의자로 몰려 관타나모 미군기지에 2년을 갇혀 있었던 아랍계 영국인을 다룬 윈터보텀의 신작은 정치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경쟁부문 라인업의 가장 큰 특징은 독일영화의 강세다. 2005년 12월에 먼저 발표된 한스 크리스찬 슈미트의 엑소시즘 드라마 <레퀴엠>과 오스카 뢰흘러의 <소립자들> 외에도,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두편의 자국영화를 경쟁부문에 더했다. 마티아스 글라스너의 <프리 윌>은 12년을 복역하고 나온 연쇄강간범을 다루는 사회드라마이며 발레스카 그리세바흐의 <동경>은 동독을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다. 또한 올해 경쟁부문은 최근 국제영화제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온 미국과 아시아가 아닌 유럽영화들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첼레 플라시도의 <범죄 소설>(이탈리아), 미카엘 글라우거의 <슬러밍>(오스트리아), 피터 크리스텐센의 <엔 소프>(덴마크), 로드리고 모레나의 <더 마인더>(아르헨티나/스페인/독일), 야스밀라 즈바닉의 <그르바비카>(오스트리아/보스니아/독일/크로아티아) 등 많은 유럽 신인들의 작품이 경쟁부문에 자리잡고 있다. 아시아영화로는 라피 피츠의 <제마스탄(겨울)>(이란)과 한번도 만난 적 없는 딸과 해후하는 경찰을 다룬 팡호청의 <이사벨>(중국), 강혜정이 출연한 펜엑 라타나루앙의 <보이지 않은 물결>(타이/네덜란드/한국) 등 3편만이 경쟁부문에 올랐다. 낯선 이름들이 가득한 올해 베를린은 스타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비경쟁 부문이 더 화려하다.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한 <브이 포 벤데타>, 오스카 후보에 올라 있는 <카포티>와 <시리아나>, 테렌스 맬릭의 <뉴 월드>, 한국에서도 개봉을 앞둔 첸카이거의 <무극>, 미셸 공드리의 <수면의 과학>이 비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미셸 공드리는 ‘파노라마’ 부문에 다큐멘터리 <데이브 샤펠의 블록 파티>를 출품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막작은 마크 에반스가 감독하고 시고니 위버가 주연한 <스노 케이크>이며, 폐막작은 아직까지 결정되지 않았다. 영국 배우 샬롯 램플링이 심사위원장을 맡을 제56회 베를린영화제는 오는 2월9일부터 19일까지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