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브리 스튜디오의 신작 단편 3편의 ‘한정 상영’이 지난 1월3일부터 시작됐다. 볼 수 있는 곳은 전세계에서 딱 한곳, 도쿄도 미타카시에 있는 지브리 미술관뿐이다. 3월13일까지 이곳에 입장하는 관객은 한번 입장할 때마다 1편을 미술관 내 소극장 토성좌에서 볼 수 있다.
아직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지만, 작품 소개나 인터넷에 떠도는 반응들을 보면 3편의 원작(<별을 샀던 날> 제외), 각본, 감독을 맡은 미야자키 하야오는 장편에서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시도를 이번 만은 마음껏 풀어놓은 모양이다.
<숙소찾기>(12분)는 소녀 후키가 새로운 집을 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신기한 일들을 그린 작품. 효과음과 음악 전부를 다모리와 야노 아키코, 두 유명 연예인이 직접 목소리로 연기한다. 와글와글, 산들산들… 때로는 소리나 모양을 나타내는 아름다운 일본어 표현들이 직접 화면에 문자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주인공이 방에 금을 그으면 벌레가 넘어오지 못하는 장면은 아이들의 세계를 그대로 닮았다. <물거미 몬몬>(15분)은 물거미와 소금쟁이의 사랑과 모험에 관한 내용이다. 물거미의 시점을 따라 거대한 물고기나 게부터 작은 먼지까지 연못 속 생명들을 실감나게 그렸다. 15분의 러닝타임을 위해 3만장의 그림을 사용했다고 한다. <별을 샀던 날>(16분)은 <귀를 기울이면>의 배경화면을 맡기도 했던 화가 이노우에 나오히사의 유명한 그림책 <이블라드>(일본어로 ‘이바라드’)가 원작. 공상의 세계 이블라드를 배경으로 소년 노나가 밭에서 거둔 커다란 무를 팔아 대신 받은 별의 씨를 키우는 과정을 담았다. 단편들의 마지막 크레딧을 빡빡히 스탭들의 이름을 채운 한 화면으로 끝내는 것도 재미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언젠가 한번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고 한다. 상영 기간에 미술관에 가면 세 작품에 관련된 전시도 볼 수 있다.
그는 최근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요즘은 영화도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로 비디오 스위치를 누르면 몇번이라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린이들에게 이상적인 영상과의 만남이란 건 그런 식으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미술관에서만 트는 것도 영상과의 만남의 다른 형태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기사의 팁 하나. 무엇이든 영화로 만들라고 한다면 무엇을 찍고 싶냐는 질문에 미야자키 하야오는 “관동대지진 때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스미다 강 한가운데 몸을 담그고 불이 꺼질 때까지 살아남았던 이야기”라고 했다. 일단 지브리의 다음 장편은 오는 7월 개봉예정인 <게드전기>. 두번 연속 지브리가 해외 판타지 문학에 도전하는 셈인데 감독은 그의 장남 미야자키 고로가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