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가 세계배급을 <발리언트>는 비둘기를 주인공으로 한 영국산 CG 애니메이션이다. 영국인들이 자신들이 제작한 최초의 장편 CG 애니메이션에 비둘기를 내세운 이유는 역사적 사실 때문. 제2차 세계대전 중 가장 큰 공을 세운 동물은 개나 고양이도 아닌 비둘기였는데, 군용으로 특별 훈련된 전서구들은 당시 독일에 의해 점령당한 프랑스 내에서 활약하는 레지스탕스들의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는 그 비둘기들을 잡기위한 독일군의 송골매까지 등장시키고 있어 마치 영불해협에서 벌어졌던 치열한 공중전을 의인화된 조류들을 통해 재현하는 듯하다. 즉, <발리언트>는 일종의 전쟁영화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영화의 주 타깃은 아동층으로서 전쟁의 참상보다는 캐릭터들의 코믹한 행동과 활약상이 주로 그려진다. ‘비둘기가 왜 인간을 위해 싸워야 하나’라는 의문을 잠시 던지기도 하지만 ‘당연히 그래야할 것 같아서’라는 식으로 무마된다. 진지한 전쟁영화도, 그렇다고 마냥 가벼운 애니메이션도 아닌 것이 좀 어정쩡하게 느껴진다. 스토리상의 난점도 그러하지만 픽사나 드림웍스의 작품들과 비교할 때 기술적으로도 부족하다는 인상이다. 하지만 제작기간과 비용은 다른 CG 애니메이션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영국의 자존심을 세우는 데는 충분한 역할을 한 듯싶다.
<발리언트> DVD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단연 화질이다. 완벽한 타이틀로 평가받는 픽사나 드림웍스 작품들에 비해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영국의 전원을 배경으로 한 전반부의 화사한 배경들도 깨끗하게 펼쳐지지만 야간에 불길이 일렁이는 후반부 프랑스 장면이 압도적이다. 캐릭터들의 질감 표현과 함께 조명에 따라 단계적으로 색이 변화하는 배경 묘사가 특히 감탄을 자아낸다.
완벽에 가까운 화질에 비해 사운드가 주는 임팩트는 약하지만 새들의 비행장면 등에서 이동감이 명확한 편이어서 듣는 재미가 있다. <로봇>에 이어 애니메이션 더빙에 도전한 이완 맥그리거를 비롯한 영국계 배우들의 성우 연기와 함께 우리말 더빙도 같이 제공하고 있다. 가수 옥주현과 개그맨 정만호, 윤택 등이 참여했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주연 캐릭터들은 전문 성우들이 맡고 있어 듣기에 큰 부담은 없다.
부가영상으로는 비둘기들의 실제 활약상을 영상화시키는 과정과 제작진들의 이야기를 담은 ‘제작과정’과 ‘월드 프리미어 영상’ 등 홍보물 성격이 강한 몇 가지로 이루어져있다. 그 중 세 가지 시퀀스를 밑그림에서부터 스토리보드, 3D CG화 과정으로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의 변환과정’, 그리고 이완 맥그리거, 팀 커리 등의 연기자들이 실제 녹음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목소리 주인공들의 연기’가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