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발굴수사대’라는 글귀가 붙은 토굴 속. 낡고 둔탁한 옷차림의 정재영이 꼬맹이 두명을 앉혀놓고 종이에 뭔가를 갈겨쓴다. “자, 함 읽어본다.” “깜빵!” “깜빵!” 아이들의 목소리가 토굴 밖으로 쩌렁쩌렁 울려나온다. 이곳은 도굴꾼 김대출의 아지트인 경주의 어느 토굴, 실제로는 부산촬영소 A스튜디오에서 진행 중인 <마이 캡틴 김대출>의 촬영장이다. 리허설이 끝나자 정재영은 성큼성큼 토굴 밖으로 걸어나온다. 그의 옆에는 경북 출신 스탭 한명이 연신 정재영에게 발음을 고쳐주고 있다. “내가 지금 사투리 연기만 네 작품째다. 이제는 어떻게 표준어 연기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니까.”
<마이 캡틴 김대출>은 어느 봄날의 꿈같은 동화다. 국보급 보물의 행방을 찾고 있는 전설적 도굴꾼 김대출은 보물의 단서를 쥐고 있는 두 아이, 누렁이 한 마리를 달고 다니는 왈패소녀 지민과 뱀파이어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이상한 소년 병오를 만난다. 경찰을 피해 하루빨리 보물을 찾아야 하는 대출. 이날의 촬영분량은 그가 아이들을 구슬리기 위해 특수발굴수사대를 만드는 장면이다. 놀이처럼 촬영에 임하는 아이들을 환하게 바라보던 정재영은 “애들이랑 연기하는 게 힘들어. 연기자가 아니어서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일일이 알려줘야 하니까”라고 솔직하게 토로한다.
직접 쓴 각본으로 2003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입상한 송창수 감독은 경주 출신이다. “경주라는 공간과 도굴꾼이라는 소재는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이야기다. 그래서 이걸 영화화할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PD와 이야기를 하면서 이것도 좋은 소재가 되겠구나 싶었다”고 말하는 그는, 경주라는 공간을 또 하나의 숨쉬는 주인공으로 그려낼 생각이다. 경주시 또한 행정적인 절차를 간소화해주고 천마총 대능원의 촬영을 허락해주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 현재 80%가량 촬영을 완료한 감독은 “시작했을 때보다 영화가 점점 성장하는 느낌”이라며 현장편집기를 열심히 들여다본다. <마이 캡틴 김대출>은 오는 4월 볕이 따스한 봄날에 개봉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