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김종관, 민동현. 독립영화와 충무로 장편영화를 넘나들며 작업을 계속해온 세 명의 젊은 감독들이 광복 60주년을 기념하여 뜻을 모은 한일청춘옴니버스영화 <눈부신 하루>가 2월7일 오후 2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기자시사회를 가졌다. 자칫 무거운 역사에 짓눌리기 쉬운 주제를 색다른 감성으로 접근하기 위해 세 명의 감독들이 내건 조건은, 한국과 일본의 젊은이들을 주인공으로 한일관계를 다루되, 하루라는 시간 안에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는 것이었다.
할아버지의 유품을 찾아 제주도에 도착한 두 일본소녀의 하루를 그린 <보물섬>(김성호)은 재일동포와 일본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이중적인 시선을 통해 한일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거울 속으로>로 충무로 장편감독으로 데뷔했고 얼마전 릴레이영화 <베리 코리안 콤푸렉스> 중 한편을 연출했던 김성호 감독은 재일교포 양영희 감독의 <안녕 평양>의 제주도 분량을 촬영하면서 <보물섬>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으로 떠난 엄마를 찾으러 가기 위한 소년의 눈물겨운 노력을 다룬 <엄마찾아 삼만리>(김종관)는 섬세한 성장영화다. 다른 두 작품에 비하면 한일관계라는 소재와의 연결고리가 다소 약한 편이지만, 이에 대해 김종관 감독(<폴라로이드 작동법> <낙원>)은 “청소년들에게는 한일문제가 결국 세대의 문제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일본이라는 곳이 이상향, 그것도 약간은 서글픈 이상향을 의미함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두 남녀가 우연히 함께 한 하룻밤에 대한 영화 <공항남녀>는 한국여자와 일본남자의 인천공항버전 <비포 선라이즈>라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도 말이 통하지 않아도 진심을 전달하는 두 사람을 통해 한일간의 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싸움의 기술> 등 충무로 장편영화의 시나리오 각색작업에 참가한 민동현 감독(<지우개 따먹기>)은 “다른 두 작품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이들을 그렸다면, 그 중간쯤에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거대하고 포괄적인 주제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풀어낸 <눈부신 하루>는, <다섯 개의 시선> <별별 이야기> 등 최근 극장에서 관객을 만난 옴니버스영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나 국가인원위원회가 충무로의 유명한 장편 감독들에게 참여를 권유한 <다섯 개의 시선> 등과 <눈부신 하루>는 조금 다른 의미를 지닌다. 독립영화 배급사 인디스토리가, 그간 독립영화 진영에서 꾸준히 활동했던 젊은 감독들과 함께 제작한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는 자유로움. 그에반해 민감한 역사를 바라보는 날카로운 시선은 다소 부족해 보인다.
한편 세 편의 영화에 출연한 주연배우 대부분은 시사회 직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가했다. 재일교포 3세인 서영화, 일본인이며 현재 한국어학당을 다니면서 한국에서의 배우생활을 준비하고 있는 모리 유키에, 시노다 사다하루, 김동영(<사랑해 말순씨> <꽃피는 봄이오면> <짝패>), 정대훈(<웰컴 투 동막골>) 등을 볼 수 있었다. <공항남녀>의 여주인공인 이소연(<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은 출연중인 드라마의 촬영일정으로 아쉽지만 참석할 수 없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