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70년대 쇼비즈니스의 대사건, <인사이드 딥 스로트>
2006-02-08
글 : 짐 호버먼 (칼럼니스트 영화평론가)
포르노 <목구멍 깊숙이> 다룬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딥 스로트>

유명한 앤디 워홀의 한 영화는 화면 밖 파트너에게서 구강 성행위를 받고 있는 한 남자의 얼굴 클로즈업만 내내 보여준다. HBO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딥 스로트>는 그 정도의 우아한 개념이 들어 있는 건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반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펜튼 베일리와 랜디 바바토가 쓰고 감독한 이 다큐를 “구강 성교를 보는 13가지 방법”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다. <목구멍 깊숙이>는 미디어 사건이었고, 문화 전쟁의 전투였으며, 쇼비즈니스의 대사건이었다. 마이애미의 한 모텔에서 2만2천달러로 만들어진 영화가 결국 6억달러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영화의 독창성을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워홀의 구강 성교가 개념적이었다면, <목구멍 깊숙이>는 허리 한참 위의 개념이었다. 클리토리스를 편도선 어디쯤에 가지고 있는 한 여자가 (극단적인) 구강 섹스를 통해 성적 만족을 얻는다니.

혁명적 포르노 <목구멍 깊숙이> 그 뒷이야기

퀸스 출신의 전직 이발사, 제라드 다미아노가 만든 <목구멍 깊숙이>는 목이 막혀도 오랫동안 참는 독특한 능력을 가져 남편이 여기저기 매춘을 중개하고 다닌 뉴욕시 경찰의 딸, 일명 린다 러브레이스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다미아노는 베일리와 바바토에게 말한다. “그 여자가 뭘 해낼 수 있나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서 그랬어요. ‘카메라 멈춰’라고.” 영화에서 여자에게 서비스를 받는 배우는 포르노 영화계에서 해리 림스라고 알려진 배우였는데, 감독은 “카메라 소리에 발기할 수 있었던” 배우였다고 회고한다. 1972년 6월 타임스스퀘어 근처에서 개봉된 <목구멍 깊숙이>는 데이트 커플들과 여자 단체 관람객을 끈 첫 포르노영화였다. 짧게 인터뷰가 나오는 영화 역사가 존 루이스는 <할리우드 대 하드코어>란 책에서 <목구멍 깊숙이>가 70년대 할리우드 패권에 도전하던, X등급을 많이 받던 독립영화들과 외국영화들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현상은 영화의 악명을 더 높였다. 1973년 1월엔 자니 카슨이 <목구멍 깊숙이>에 대한 농담을 하고 있었고, 뉴욕 도서 리뷰에서도 평을 주었으며, 러브레이스를 유쾌하고 재능있는 성적 공연 배우로 규정한 <뉴욕타임스>도 “포르노 유행”을 선언하고 있었다.

<목구멍 깊숙이>는 집단 성교의 완벽한 상업적 표현이었다. 선량한 유머와 성적 다양성에 대한 (상대적으로) 자유주의적인 인내, 아니면 적어도 ‘네 멋대로 살아라’주의로 특색을 이뤄 예나 지금이나 미국의 논쟁이 되고 있는 포르노의 유행을 가볍게 만들었다. 하지만 자유롭고 억압되지 않은 여성 욕구를 표방한 구경거리에 끌려 영화는 음담 패설이라기보다 현저한 전위가 되어버렸다. <목구멍 깊숙이>는 여성 만족의 근원을 드러내면서도 감추어버렸다. 남성 우월주의적 영역에 놓인 서비스에 자리한 만족을 치켜세웠다. 자유주의 여권주의자들조차 섬뜩하게 만든 것도 당연하지.

새로 당선된 리처드 닉슨은 포르노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뿌린 대로 거둔다더니, 우드워드와 번스타인을 도와 워터게이트로 닉슨을 끌어내렸던 출처자는 영화의 이름으로 불렸다(최후의 승자는 누군가 하니, 한때 저녁 대화의 소재가 되었고 궁극적으로 빌 클린턴의 탄핵에 시동을 건 딥 스로트가 아닐까?). <목구멍 깊숙이>는 FBI에 의해 수사됐고, 23개 주에서 상영이 금지되었다. 베일리와 바바토가 보여줬듯 뉴욕시에서 열린 재판에서 클리토리스의 자극을 통한 오르가슴이라는 개념에 판사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다.

조직 폭력단에 의해 <목구멍 깊숙이>의 이익을 나눠받지 못한 다미아노는 결코 이뤄지지 않은 할리우드와 포르노의 담합을 꿈꾸다 버려졌다. 그래도 러브레이스는 잡지 표지 모델로 <러브레이스를 대통령으로> 따위의 소프트코어 영화의 주연으로 잠시 유명세를 유지했다. 나중에 반포르노 여권주의자들에 합세해 끝까지 남편이 최면을 걸어 영화를 찍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카프카적인 이야기의 전환 속에 감옥에 가야 할 위기에 처한 림스는 할리우드를 위해 싸운 유명인이 되었다. <인사이드 딥 스로트>는 그가 잭 니콜슨, 워런 비티와 파티를 하는 모습과 TV에서 로이 콘과 논쟁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부기 나이트> <오토 포커스> <원더랜드> 등 최근의 포르노를 소재로 다룬 드라마들도 같은 공식을 따랐다. 집단 성교는 좋았지만 결국이 안 좋았다는 식으로. <래리 플린트>는 여기에 프랭크 카프라식 교훈을 더했지만 <목구멍 깊숙이>는 그에 비해 프레스턴 스터지스 영화에 가깝다. 주연들도 상당히 포토제닉한 원형들이다. 호감가는 색광 다미아노, 곱슬머리 히피 여신 린다, 불행한 섹스 보이 해리. 이 만화 같은 인물들 위로 탐욕스런 “좋은 친구들”, 사기꾼 영화 흥행자들, 어리석은 정치가들, 멋들은 연예인들, 거품을 토해내는 종교 근본주의자들이 행진을 하며 떠다닌다.

<인사이드 딥 스로트>는 다미아노가 편집했다고 해도 믿길 것 같은 눈에 띄는 몽타주 시퀀스들로 가득하다. 아마 그럼 두배는 더 길었겠지? 그럼 이 영화를 쓴 건 누굴까? 그 안을 바라보면 “성조기여 영원하라”, 켈로그의 시리얼, 디즈니랜드와 댈러스 카우보이가 보일 것이다. 엘비스처럼 우리에게 실재하는 것이고 바로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번역 이담형| 2005. 2. 8. 짐 호버먼은 미국 영화평단에서 대안영화의 옹호자로 가장 명망이 높은 평론가로 <빌리지 보이스>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씨네21>과 <빌리지 보이스>는 기사교류 관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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