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촬영소 A스튜디오에 자리한 <마이 캡틴 김대출>의 촬영장.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전문배우가 한 마리 있으니, 극중 이름인 ‘여보야’로 불린다는 토종 발바리다. 주연배우 정재영과 아역들이 열심히 리허설을 하는 도중에도, 감독의 “고!” 소리와 함께 카메라가 돌아가는 도중에도, 여보야는 발소리 하나 내지 않고 프로의 소임을 묵묵히 다하고 있다. 오랜 경력의 애견인으로 여보야와의 속깊은 대화를 시도하던 중, 현장에서 여보야의 훈련과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k-1 경찰견 훈련소 학생 김유리씨를 만났다.
-‘여보야’는 어떻게 캐스팅된 것인가.
=원래는 시장 장터에서 사온 몇 마리의 발바리 후보들이 있었다. 그런데 훈련소 소장님이 개장수차에 실려가던 여보야를 발견하고 사서 데려온 것이다. 감독님의 마음에도 딱 들어맞아서 바로 캐스팅되었다.
-개장수차에 실려가다가 구조되어 영화에 출연하다니 영화같은 이야기다. 여보야가 가장 좋아하는 건 뭔가.
=누가 만져주는 걸 너무 좋아한다. 하지만 내 말을 잘 따르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나 외에는 여보야를 만질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스탭들에게도 너무 친하게 지내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촬영 전에는 어떤 식으로 훈련을 시켰나. 전문적으로 촬영에 자주 쓰이는 견종이 아니라 힘들 법도 한데.
=촬영 일주일 전부터 키우면서 훈련도 시키고 극중에서 여보야의 주인인 아역배우 지민이가 1주일 동안 숙소에서 친해지는 훈련을 거쳤다. 원래 순한 한국 발바리들이 충성심도 강하고 똑똑하다. 외모만 조금 떨어질 뿐이지 발바리도 정말 좋은 견종이다.
-어떻게 해서 k-1 경찰견 훈련소에서 근무하게 된 것인가.
=어릴 때부터 불쌍한 개들을 키우며 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서라벌대학 애완동물 보건관리학과에 들어갔고, 훈련소에 취업을 나와서 개들을 관리하던 중 <마이 캡틴 김대출>의 현장에서 일하게 된 것이다.
-애완동물 보건관리학과란 생소하다. 졸업하면 어떤 일들을 하나.
=과에는 60∼70명 정도의 학생이 있다. 과정을 다 마치면 애견숍 미용사가 되거나, 나처럼 훈련소에 취업하기도 하고, 브리더(Breeder)로 일하거나 전문 핸들러(Handler)가 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솔직히 여자가 훈련소에서 일하는 건 힘들다. 훈련소에서 숙식도 해야 하고. 하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즐겁게 한다. 항상 개를 만질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영화 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드문 경험이었을 것 같다.
=너무 좋다. 개와 일하는 것 자체가 좋지만, 내가 훈련시킨 개로 영화촬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말 뜻깊다. 오늘이 부산에서의 마지막 촬영인데, 그간의 기억들이 꿈처럼 느껴질 것 같다. 사람들이 여보야를 좋아해주니까 내가 키우는 개보다도 더 정이 많이 들었다. 앞으로 영화 제의가 들어오면 꼭 다시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