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녜스 자우이와 장 피에르 바크리가 없었다면 알랭 레네의 근작 몇편이 그렇게 사랑스러워질 수 있었을까. 두 사람은 관계의 구조와 작용원리를 살리면서 오밀조밀한 느낌을 잘도 꾸며냈다. 그리고 이어서 자기들의 영화를 두편 만들었는데, 여기에선 에릭 로메르 식의 담백한 구애의식까지 동원된다. <타인의 취향>처럼 <룩 앳 미>에도 여지없이 성공의 달콤한 향기에 취한 사람과 그들을 따르는 무리가 고상한 척하는 속물로 등장한다. 그러나 독설을 품었던 그들은 어느새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배워나간다. <룩 앳 미>는 자신에게 맞는 짝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과 서툰 고백에 관한 영화다. 다만 <타인의 취향>의 마지막 연극 장면이 화해와 수용을 품고 있는 것과 달리 <룩 앳 미>의 뒷부분 성악 장면은 단절과 간극을 드러내고 있어 관계의 정치성을 더욱 민감하게 보여준다. 자우이와 바크리는 말이 타인에게 주는 상처가 재판받아야 할 정도의 범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룩 앳 미> DVD의 두 번째 디스크는 메이킹 필름(61분, 사진)과 시청각 장애자들을 위한 자막과 청각 설명장치를 갖춘 프랑스 극장 소개(9분), 7개의 예고편을 수록하고 있다. 제작 현장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군더더기없이 담아놓은 메이킹 필름은 1시간이 넘는 긴 진행시간이 무색하리만치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한정판에는 두장의 DVD 외에 O.S.T를 별도 CD로 제공하고 있는데, 자우이가 자신의 음악적 소양을 한껏 뽐낸 <룩 앳 미>이기에 그 영화음악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적절한 선물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