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날라리의 선생되기 프로젝트, <生, 날선생> 촬영현장
2006-02-13
글 : 김도훈

신도시는 유난히 바람이 차다. 솟아 있는 신축 아파트 사이로 힘겹게 빠져나온 바람이 맹렬하게 속도를 올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운동장에서 내달리던 그 시절을 뒤돌아보면, 뜨거운 젊음 덕에 바람의 냉기를 느끼지 못했던 것도 같다. 1월23일 경기도 용인. <生, 날선생>의 촬영이 진행 중인 대덕중학교 운동장도 젊은 제작진의 열기로 신도시의 찬바람이 머무르지 않은 무풍지대다. 은색 코트를 둘둘 말고 있던 박건형과 김효진은 감독의 “슛!” 소리가 열풍기라도 되는 양 코트를 집어던지고 얇은 봄옷 차림으로 촬영에 몰두하고 있다. “감독님, 한번만 다시 가면 안 될까요?” 두 사람이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가는 간단한 장면이지만 김효진은 감독에게 재촬영을 요청한다. 대답하는 젊은 감독의 목소리는 확성기가 필요없다. “오케이” 소리가 운동장을 가로질러 쩌렁쩌렁 울린다.

우주호(박건형)는 그저 원없이 놀다 이 세상 하직하기만을 바라는 날라리 인생. 하지만 대대손손 교직에 몸담아온 집안의 가업을 잇기로 마음먹은 할아버지는 흉계(?)를 꾸미고, 거기에 말려든 우주호는 아닌 밤중에 날벼락으로 선생이 되고 만다. 이제 선생도 무시하는 살벌한 21세기 고교생들 사이에서 생존해야 하는 우주호. <生, 날선생>은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안겨주는 영화다. <스쿨 오브 락>과 절정의 인기 만화였던 <반항하지마!>처럼, 우주호라는 철없는 몽상가는 어느 날 갑자기 학교라는 괴물 같은 장소에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친구 같은 선생을 얻고팠던 아이들의 삶을 조금씩 바꾸어놓기 시작한다.

현재 <맨발의 기봉이>를 동시에 촬영 중인 김효진은 드라마에서 고착화된 어두운 이미지를 벗기 위해 <生, 날선생>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학창 시절에도 “두루두루 친구를 사귀지는 못했고 좀 조용했던 편”이라는 그가 맡은 역할은, 대충 살아가려는 날선생 우주호에게 교사로서의 소명을 부르짖는 열혈 여선생 윤소주. 영화의 타이틀롤인 박건형은 “<댄서의 순정>은 과묵한 역할이어서 현장에서도 말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말이 참 많아졌다”며 연신 입담을 자랑하고 있다. 두 젊은 배우의 선생되기 프로젝트 <生, 날선생>은 이제 절반 정도 촬영을 완료했다. 봄이 가기 전에는 좌충우돌 고교 얄개-선생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확인할 수 있을 참이다.

사진 최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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