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함께 톱스타들의 우는 얼굴이 담긴 포스터만으로도 대략 어떤 영화인지 연상이 된 <새드무비>. 실제로 본 느낌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너무나 예쁜 영화라는 것이다. 정우성, 임수정, 신민아 등 얼짱 배우들의 면면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미술, 소품, 음악, 뽀샤시한 효과의 조명까지 마치 팬시점을 둘러보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때문에 영화는 불치병, 사고사, 유학 등 이별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지만 지나친 포장 탓에 감정이입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신파조의 멜로 영화와는 분명 차별화된 작품이나 슬픈 영화라는 제목의 영화가 눈물샘을 그다지 자극하지 못한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뽀샤시한 화면인데, 본편 DVD에 수록된 권종관 감독과 신상열 조명감독, 김병서 촬영감독의 음성해설에서 그 비밀이 살짝 드러난다. 배우들을 예쁘게 잡기 위해 따스한 느낌을 주는 특수조명을 사용하면서 동시에 강한 선을 살리기 위해 스모그를 뿌렸다는 것. 산들거리는 나뭇가지의 그림자를 잡기 위해 일부러 나무를 흔들었다거나, 야경을 더 아름답게 표현하려고 CG까지 동원했다는 이야기 등은 마치 얼짱 사진을 위해 포샵질한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감독과 배우들이 참여한 음성해설에서도 예쁜 화면에 대한 칭찬이 많은데, 차태현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인해 듣는 재미는 더 쏠쏠하다.
두 번째 부록 디스크에 수록된 부가영상으로는 감독과 배우, 스탭들이 영화에 참여한 계기를 밝히는 ‘이별이야기’, 촬영 당시의 회상과 당시의 자료화면을 엮은 ‘제작과정’, 함께 호흡을 맞춘 상대 배우에 관한 소감을 이야기하는 ‘앙상블’, 실질적인 주연배우인 정우성과 임수정이 자신들의 촬영분에 대해 말하는 ‘정우성 & 임수정의 8scenes’, 그리고 삭제장면 모음 등이 담겨있다. 일반적인 한국 영화 DVD 구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가운데 카메라 뒤에서 묵묵히 수고한 스탭들의 모습을 담은 ‘스탭 뮤직비디오’와 배우들의 우는 얼굴로 화제를 모았던 포스터 촬영현장이 눈길을 끈다. 차태현의 팬이라면 ‘내손을 놓지마요’ 뮤직비디오가 반가울 듯.
영화의 내용보다도 순간순간의 아름다운 화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으로서 독특한 질감과 선명한 화질이 돋보이는 예쁜 DVD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