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니아 내전이 남긴 상처를 다룬 영화<그르바비카>(Grbavica)가 2월17일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인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2월9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제56회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총 26편이 경합을 벌였다. 영예의 그랑프리를 차지한 <그르바비카>는 보스니아와 오스트리아, 독일, 크로아티아 등의 합작영화로, 보스니아 출신 31세 신인 감독 야스밀라 즈바닉의 데뷔작이다.
즈바닉은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다. 이렇게 작은 나라의 저예산 영화를 초청해준 개방적인 영화제측에 감사한다.”고 수상소감을 말했다. 영화는 보스니아 내전 중 성폭행당한 이슬람계 여성에게서 태어난 딸이 자기 아버지가 전쟁 영웅이 아니라 간강범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힘겹게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제목 '그르바비카'는 사라예보의 한 지역 이름이다.
감독상인 은곰상은 <관타나모로 가는 길>(The Road to Guantanamo)의 공동연출자 마이클 윈터바텀과 매트 화이트크로스에게 돌아갔다. 쿠바 관타나모 미군기지 수용소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 상황을 세미-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고발한 작품으로, 영화제 내내 가장 큰 화제작이었다. 윈터바텀 감독은 2003년에도 비슷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인 디스 월드>로 황금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란 영화 <오프사이드>와 덴마크·스웨덴 합작영화 <엔 소프>는 심사위원 대상을 공동 수상했다. 최우수 남녀주연상은 모두 독일 영화배우들이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