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기 복역 정치범 김선명의 삶을 그린 영화 <선택>. 오랜 세월 동안 묻혀 있던 비전향 장기수들의 이야기를 용기 있게 발굴하여 영화화한 제작진의 선택은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따랐던 그들의 고집과 통하는 바가 있다.
소재 상 영화의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는 역시 감옥 그 자체. 한 사람 당 0.75평의 좁디좁은 공간만이 주어지는 억압의 공간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폐교를 개조한 세트와 김선명이 복역했던 실제 장소인 대전 교도소와 서대문 형무소 등지를 활용하였다. 극중 정치범들에 대한 교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실시됨을 알리는 강당 시퀀스는 실제 서대문 형무소의 강당에서 촬영되었는데 붕괴 위험으로 늘 조마조마했으며, 화재를 막기 위해 난로조차 들여놓을 수 없었기 때문에 김선명 역을 맡았던 배우 김중기는 가장 어려웠던 촬영으로 회고한다.
여기에 정해진 시간 내에 될 수 있으면 많은 분량을 찍어야 했기 때문에 제작진은 그 어떤 영화보다도 고된 작업을 견뎌야만 했다. 세트는 세트대로 골치였는데, 홍기선 감독은 좁고 폐쇄된 공간에서 효과적인 앵글과 카메라 움직임을 연출해야 하는 고민을 ‘체력 소모가 심했다’는 말로 표현한다.
또한 감독은 1970년대 구 대전 교도소의 감방을 고증할 수 있는 자료가 국내에 없어 오히려 일본의 것을 빌려와야 했다는 황당한 사실도 전한다. 이것은 정권이 바뀌거나 비리 사건 등이 터졌을 때 관련 자료를 몽땅 폐기해버리던 악습의 결과로, 마치 비전향 장기수들의 존재 자체를 묻어버리려 했던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