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가이드]
‘금요드라마=신파극’ 틀 벗어날까
2006-02-23
글 : 김미영
에스비에스 ‘어느날 갑자기’ 성현아 5년만에 안방 복귀

5년 만에 배우 성현아가 브라운관에 복귀해 관심을 모으는 에스비에스 새 금요드라마 <어느 날 갑자기>가 24일 첫 방송된다. 부유한 집안의 무남독녀로 의사 남편 신형(이종원)과 행복하게 사는 전업주부 은혜(송선미) 앞에 어릴 적 친구 유란(성현아)이 끼어든다는 <어느날 갑자기>의 설정은 정통 멜로를 표방하는 금요 드라마의 전례를 충실히 따른다. 안정적인 가정 속의 순수한 여자 주인공과 남의 가정을 깨고 그 속에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으려는 팜므파탈 악역의 대립, 그리고 극 후반부로 가면서 적개심 대신 동정심을 유발하며 모든 주인공들이 용서하고 화해한다는 얼개다. 그래서 <어느 날 갑자기>는 전작인 <그 여자>와 닮았고 ‘금요 드라마=통속성’이라는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듯 하다.

금요드라마의 작은 역사는 한국 드라마의 현주소다. <사랑공감>이 뜻밖의 성공을 거둔 이래, 비슷한 주제의 <꽃보다 여자>를 내놓았으나 시청률에서 부진하자 에스비에스는 범작을 넘어서는 <사랑한다 웬수야>까지 조기종영했다. 그리고 <다이아몬드의 눈물> <그 여자>에서는 꾸준한 신파의 길을 걸어왔다. 이 두 전작들은 주연들의 연기력이 안정적이고 영상미가 돋보이는 데도, 불륜과 복수라는 신파의 전형을 벗어나지 못했다. <사랑 공감>이 금요드라마의 ‘신파 계열’을 벗어나는 이유는 ‘불륜=악’이라는 안전한 잣대에 기대지 않고 전광렬, 견미리, 이미숙 등이 부딪치며 일으키는 감수성의 파장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어느날 갑자기>에서는 우정과 사랑, 배신과 용서라는 통속멜로의 기본적 구도를 따르면서도 ‘운명을 거부하고 스스로 행복을 개척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이혼녀가 자신의 자아를 찾아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 주부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아침 드라마 <여왕의 조건>의 박현주 작가와 박영수 피디 콤비가 이번 드라마에서 다시 뭉쳤다. 박 피디는 “여성의 증오심과 박탈감을 그리면서 두 남녀의 사랑이라는 본질을 지키겠다”며 진지한 미스테리 멜로임을 강조했다. 여배우로서는 드물게 위압적인 악역을 소화해내는 배우 성현아 역시 “어두운 과거를 가진 도발적인 캐릭터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공감을 살 수 있는 악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슷비슷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신파의 함정인 ‘전형성’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제작진과 배우가 자신들의 전작에서 보였던 여성성에 대한 깊은 공감이 필요하다. 이것이 <어느날 갑자기>의 필승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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