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공포 영화 <윌러드> 언론에 첫 공개
2006-02-28
글 : 최하나

인간을 습격하는 무자비한 쥐떼의 잔혹극, <윌러드>가 지난 2월27일 서울 단성사에서 기자 시사회를 가졌다. <윌러드>는 71년 개봉당시 미국에서만 1920만달러(약 182억원)의 수익을 올렸던 공포영화의 리메이크. <더 원> <데스티네이션>의 각본가 출신인 글렌 모간이 메가폰을 잡았다.

길버트 랄스톤의 소설 <쥐 인간의 노트>를 원작으로 한 <윌러드>는 세상으로부터 소외당한 한 사내의 분노와 광기에 관한 이야기다. 주인공 윌러드는 소심한 성격으로 늘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남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병든 노모와 단 둘이 낡은 저택에서 살고 있는 그는 종업원으로 겨우 생계를 꾸려가지만 매일 사장 마틴으로부터 갖은 수모와 모욕을 당하기 일쑤다. 친구 하나 없이 절대적인 고독 속에서 살아가던 윌러드의 삶에 변화가 생긴 것은 어느 날 지하실에서 발견한 하얀 생쥐 한 마리 때문.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는 생쥐와 친구가 된 윌러드는 지하실에 살고 있던 모든 쥐떼의 부양자가 되어 매일 밤 쥐들을 훈련시킨다. 순식간에 살인 병기로 변신한 쥐떼는 윌러드의 삶을 파멸로 이끈 사장 마틴에게 잔혹한 복수를 선사한다.

<백 투더 퓨쳐>에서 마이클 J.폭스의 아버지 죠지 맥플라이 역을 맡았던 크리스틴 글로브는 유약하면서도 광기에 가득찬 인물 윌러드 역을 잘 소화해내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그와 호흡을 맞추는 쥐떼의 일사불란한 연기는 공포영화팬들을 만족시킬만한 구경거리. 70년대의 열악한 제작환경에서는 불가능했던 장면들이 CG로 생생하게 재현됐다. 특히 고양이가 피에 굶주린 쥐떼에게 쫓겨 필사의 도주를 벌이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다. 감독은 고양이를 집요하게 물어 뜯는 쥐떼의 모습을 서정적인 배경 음악과 한데 섞어 놓음으로서 그 기괴함을 북돋아 놓았다.

<윌러드>는 인간과 쥐의 세계를 역전시켜 재구성한 기발함, 리듬감 있는 화면 구성과 색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히치콕의 <새>를 연상시키는 쥐떼의 습격은 공포 영화에 어느 정도 무뎌진 관객들도 섬뜩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다만 중반부에서 윌러드와 생쥐 '벤'의 대결 구도를 보여주는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 탓에 영화 전체의 속도감이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과도하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는 쥐떼들이 공포스럽기보다는 작위적으로 느껴진다는 점도 문제다. <윌러드>는 오는 3월 9일 관객을 만난다.

<윌러드> 100자평

쥐 잡다가 쥐와 친구가 된 사나이, 그가 왜 쥐와 친해지는지, 왜 사람을 죽이는지, <윌러드>는 설득하지 못한다. 게다가 복수 드라마의 클리셰들이 나열되면서 뒷통수도 때리지 못한다. 다만, 평생 볼 쥐구경은 한번에 끝낼 수 있다.(쥐를 좋아하는 분에게 강추) 참, 주인공 윌러드를 연기하는 클리스핀 글로버의 선병질적인 연기는 죽은 이야기에 신선한 호흡을 불어 넣는다. -신윤동욱/ <한겨레21>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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