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봉태규 주연의 <방과후 옥상> 첫 공개
2006-03-02
글 : 김수경

이석훈 감독의 데뷔작 <방과후 옥상>이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3월2일 오후 2시 서울극장에서 언론시사를 가진 <방과후 옥상>은 고등학교에서 반나절 간 벌어진 해프닝을 그렸다. 지독히 불운한 고등학생 남궁달(봉태규)이 왕따클리닉에서 치료를 마치고 공문고로 전학온다. 달은 학교에서 클리닉 시절 친구 연성(김태현)과 우연히 마주친다. 만만한 놈에게 시비를 걸어 자신이 약하지 않다는 걸 과시하라고 연성은 생존전략을 귀띔한다. 달은 첫눈에 반한 미나(정구연)를 괴롭히는 남학생에게 시비를 건다. 그런데 하필이면 재수없게도 그는 학교짱 재구(하석진)다. 재구는 달에게 “방과후 옥상으로 올라오라”고 윽박지른다. 달은 재구의 마수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해결책을 동원하지만 공포의 순간은 점점 다가온다.

<방과후 옥상>은 단편 <순간접착제>로 알려진 이석훈 감독의 첫 장편영화다.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반나절 동안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설정에는 단편영화의 감수성이 짙게 드리워져있다. 처음 단독으로 주연을 맡은 봉태규는 특유의 표정 연기와 기발한 대사로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한다. 재구와 달의 도식적인 대결구도는 진부하고 악역인 재구의 캐릭터는 너무 전형적이긴 하나, <방과후 옥상>은 봉태규와 김태현이 주고받는 만담에 가까운 수다의 힘으로 약점을 상쇄한다. "개념은 6시로 정찰보냈냐?”는 연성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과후 옥상>의 살아있는 언어구사와 엉뚱한 상상력은 10대들에게 환영받을 것이다.

상황극 성격이 강한 <방과후 옥상>은 판타지를 빈번하게 사용하면서 기존 학원물 코미디와는 차별화된 톤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주요한 대결씬에서 <방과 후 옥상>은 한국영화의 수작들을 재치있게 재인용한다. 재구와 덕풍농고의 결투 장면은 <올드보이>의 장도리씬을 연상시킨다. 유사한 구도에 배경을 없애 어둠 속에서 싸우는 재구의 모습으로 재구성했다. 옥상에서 재구와 달이 맞서는 시퀀스에서는 <말죽거리 잔혹사>의 서정성을 제 방식대로 굴절시킨다. <방과후 옥상>은 데뷔작다운 패기나 참신함은 다소 부족하지만 코미디 장르를 매끄럽게 구성하는 안정감을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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