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 축소를 암묵적으로 지지해온 극장업계가 갑자기 쿼터를 지키겠다고 나섰다. 3월2일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의장,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등과 멀티플렉스, 극장협회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극장 경영인 대표와 당·정 간담회’ 자리에서다. 이 자리에서 박동호 CJ CGV 대표는 “스크린쿼터 의무일수가 축소되더라도 현행 스크린쿼터 일수(146일)를 자율적으로 준수하겠다”고 밝혔고, 서울시 극장협회 이창무 회장도 “한국영화를 현행 일수만큼 상영함으로써 한국영화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고 영화인, 제작자와 더불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정동채 문광부 장관은 “스크린쿼터가 73일 아래로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을 내 공직생활의 명예를 걸고 약속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갑작스런 극장쪽의 발표에 영화계는 심드렁한 반응이다. 충무로 관계자들은 극장쪽의 ‘자율 결의’가 정치권의 ‘유도’에 따른 것으로 파악하기 때문이다. 양기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사무처장은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한 공약마저 한순간에 미국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는 상황에서, 사기업 대표들에게 특정 발언을 유도하고 이를 믿으라고 기만하는 여론호도용 행사”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영화가 국민에게 기쁨을 주고 있지만 실상 매출 5천억원 정도의 중소기업 규모”라는 정동영 열린우리당 당의장의 발언에 대해서도 “문화에 대한 부족한 이해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인들이 이 자리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또 하나의 이유는 3월2일에 김명곤 내정자로 문광부 장관의 교체가 이미 예정됐기 때문. 결국, 임기 중 “스크린쿼터를 지키겠다”고 거듭 밝혔던 정동채 장관이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식언’에 대한 책임을 극장업계에 떠넘기기 위한 자리가 아니었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