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브이 포 벤데타> 시사회 열려
2006-03-03
글 : 김도훈

<매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제작에 참여한 <브이 포 벤데타>의 시사회가 3월3일 오후 2시 대한극장에서 열렸다. <브이 포 벤데타>는 제3차 대전 후 전체주의 국가로 탈바꿈한 2040년의 영국을 무대로 한 영화. 정치적 성향이나 성적 취향이 다른 마이너리티들은 일찌감치 제거당하고, 사람들은 정부의 철저한 통제를 받으면서 살아간다. 이같은 통제에 누구도 반기를 들지 못하고 살아갈 무렵, 브이(V)라는 이니셜로 불리우는 의문의 테러리스트(휴고 위빙)가 등장한다. 17세기에 국회의사당을 폭파하려다 사형당한 카톨릭교도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쓴 이 남자는 방송국에서 일하는 소녀 이비(나탈리 포트먼)를 설득해 혁명으로 향하는 계획을 차근차근 세워나가기 시작한다.

<브이 포 벤데타>는 코믹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작가중 한명인 알란 무어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한 작품. 1981년에 처음으로 연재된 이 작품은 당시 철권을 휘두르던 마가렛 대처와 보수당의 극우 정부에 대한 통렬한 비판으로 읽혔다. 20여년이 지나 영화로 만들어진 역시 9.11 이후 점차 보수화되어가는 미국과 영국 정부에 대한 블록버스터의 대답이라 부를만 한 영화다. 아우슈비츠를 연상시키는 정신캠프나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하는 길거리의 카메라들은 조지 오웰의 <1984>에 대한 오마주에 가깝다. 심지어 영화화된 <1984>에서 주연을 맡았던 존 허트가 히틀러를 연상시키는 독재자 ‘챈틀러’를 연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폭탄을 실은 지하철로 국회의사당을 폭파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도 영화는 좀처럼 클라이막스에 도달하지 못한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이 ‘S for Sorry Adaption’이라고 조롱했던 것 처럼, <브이 포 벤데타>는 파시즘에 대한 게으르고 노골적인 직유법에 심취해 블록버스터의 기능에 충실할 겨를이 없어보인다. 이는 워쇼스키 형제가 담당한 각본이 마지막 2편의 <매트릭스>처럼 지나치게 말이 많기 때문이다.

다만 가면을 쓰고서도 캐릭터의 속내를 절묘하게 표현하는 휴고 위빙, 스티븐 레아(<크라잉 게임>), 존 허트(<1984> <에일리언>)등 영국 출신 배우들의 연기는 흔들림이 없고, 강인한 여전사로 거듭나는 이비역의 나탈리 포트먼은 삭발에도 매력을 잃지 않는다. 상영시간 132분의 <브이 포 벤데타>는 오는 3월17일 전세계 동시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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