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그냥 쭈∼욱 찢으세요, <예의없는 것들> 촬영현장
2006-03-06
글 : 최하나
사진 : 서지형 (스틸기사)

“심하게 눌러 그냥.” “아아∼, 잠깐 잠깐.” 킬라(신하균)의 매정한 손에 힘이 들어갈 때마다 다리를 쭉 찢은 발레(김민준)의 입에서는 외마디 비명이 새어나온다. 금세라도 뜯어질 듯 팽팽히 당겨진 정장 바지가 잔뜩 일그러진 표정만큼이나 불안하다. 2월20일 처음 공개된 서울 당산동 <예의없는 것들>의 촬영현장. 민망한 자세 탓에 조금은 얼굴을 붉힐 법도 하건만, 다리를 벌리는 김민준의 동작에는 망설임이 없다. 그 진지함에 감염된 것일까. 킥킥대며 웃음을 터뜨리던 신하균의 얼굴에서도 어느새 장난기가 사라졌다. “점차 벌어지는 느낌이 나면 되지 완전히 안 벌어져도 되니까.” 한발 떨어져 상황을 주시하던 박철희 감독이 이내 안쓰러운 듯 말을 던진다.

<예의없는 것들>은 무례한 세상 속 더럽고 추한 것들을 ‘청소’하려는 두 킬러, 킬라와 발레의 이야기다. 킬라는 선천적으로 혀가 짧은 콤플렉스 탓에 아예 말을 하지 않는 캐릭터. 대사없이 표정만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글라스까지 걸쳤으니 신하균의 말마따나 “얼굴 반쪽”만이 존재한다. 발레리노 출신 킬러라는 역할도 무용을 배워본 적 없는 김민준에게는 커다란 도전. 동작 하나하나 심지어 작업(?)에 임할 때도 우아한 무용 ‘간지’가 묻어날 수 있도록 매일 서너 시간씩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쉽지 않은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어려움을 공유한 탓일까. 입을 뾰족 내밀고 볼을 꿈틀대며 감칠맛 나는 연기를 선보이는 신하균과 180도에 가깝게 다리를 찢는 김민준의 콤비 플레이가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한바탕 몸풀기를 마친 두 사내가 이번에는 옥상 난간에 걸터앉아 대화를 나눈다. 옥상은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킬라와 발레가 서로의 아픔을 보듬으며 소통하는 공간. 제작진이 서울 시내를 샅샅이 뒤져 찾아냈다는 건강관리보험 건물의 옥상은 한강이 내려다보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지만, 뒷골목 사내들과는 어울리지 않는 말끔한 새 건물이었기에 완벽한 ‘리모델링’이 필요했다. 폐타이어, 자전거 바퀴, 빈 새장 등 자잘한 소품부터 폐건물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녹슨 간판까지 모든 것이 제작진의 손을 통해 탄생됐다. 현재 막바지 촬영 중인 <예의없는 것들>은 오는 5월경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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