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하나가 중국을 뒤흔들고 있다. <무극>을 패러디한 인터넷영화 <만두 하나가 초래한 살인>(一個饅頭引起的血案)이 중국 문화계를 논쟁 속으로 몰아가는 중이다. 이 작품은 33살의 상하이 청년 후거가 <무극>의 주요 장면을 재편집해 만든 19분짜리 영상물. 어린 시절에 만두 하나를 빼앗긴 충격으로 성격이 뒤틀린 남자가 살인자로 치닫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적인 취미로 만든 <만두…>는 대중화되고 있는 중국의 인터넷 문화 덕택에 삽시간에 대륙으로 퍼져나갔고, 이미 수백만명의 중국인이 이 작품을 다운로드받아 본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문제는 첸카이거 감독이 이를 심각한 명예훼손으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염치없는 짓”이라고 분노하며 후거를 명예훼손과 지적소유권 침해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수백만 중국 네티즌들은 첸카이거의 과잉대응을 비난하며 후거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한 네티즌은 “세계적인 감독이 속좁게 굴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첸카이거를 ‘폭군’에 비유했고, 심지어 첸카이거의 전 부인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그는 조그마한 만두 하나도 참아내지 못할 만큼 유약하기 그지없는 남자”라며 조롱을 보냈다. 소송을 눈앞에 둔 후거를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자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실제로 법적 대응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후거가 패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하이의 변호사 순웨이는 “후거가 타인의 지적소유권을 불법으로 이용한 혐의로 유죄를 판결받을 수 있다”고 예견했다. 이같은 논쟁을 지켜보고 있는 당사자 후거는 “정신이 까마득하다. 첸이 내 영상물을 그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승패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중국의 지식인들은 이번 사건을 구세대와 신세대의 문화적 충돌로 해석하고 있다. 상하이대학의 구준 교수는 “이번 논쟁은 전통 문화와 인터넷 문화로 대변되는 주류와 비주류의 싸움”이라고 설명하며 첸카이거의 과잉반응은 문화를 심각한 것으로 간주해온 전통적 사고방식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의 한 라디오 웹사이트는 편집장의 글을 통해 “이번 사건은 시민들에게 공공의 문화를 풍자할 자유를 부여하고 있는 새로운 시대의 중국을 보여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