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 정려원 등 캐스팅
사랑-상처-치유의 여정
자연스런 연기 ‘실감 담기’
문화방송 13일 첫 전파
#1. 동작역-김복실 서울 상경기
지난 6일 오전 10시, 4호선 동작역을 지나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갈래머리를 한 배우 정려원이 전철 안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정려원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창밖을 내다본다. “한강이 정말 크지유?” 강원도 두메산골에 살던 소녀가 서울에 와서 난생처음 지하철을 탄 장면이다. 산골 소녀의 눈으로 본 도도한 한강의 모습을 담느라 한강을 여섯 번이나 오가며 촬영이 진행됐다. 문화방송 월화 드라마 <넌 어느 별에서 왔니>(극본 정유경, 연출 표민수) 첫 방영을 일주일 앞두고 숨가쁘게 펼친 ‘한강 도하 작전’이었다.
이 드라마는 한 남자(김래원, 최승희 역)가 죽은 옛 애인과 꼭 닮은 산골 처녀 복실이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이다. 김복실(정려원)은 태백산맥 밑의 마을에서 엄마와 살지만, 사실은 친엄마가 아니란다. 그런데 후반부에 ‘비밀’을 남겨두는 다른 드라마와는 달리 여기서는 3, 4부에 모든 비밀을 밝힌다. 이 작품을 연출하는 표민수 피디의 관심은 그 뒷이야기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행복할까요?” 가족과 애인을 사랑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마음의 경계선에서 드라마는 시작한다.
답은 이미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이 드라마는 사람들이 용서하고 포용하는 한판 굿을 꿈꾼다. 벌써부터 이질적인 존재와 문화가 서로를 긍정하는 기운이 넘쳐난다. 솔직한 정려원과 부드러운 김래원을 주인공으로 택한 것도 그래서이다. 두 주인공이 서로 이질적일수록 그들이 합쳐지는 순간은 빛날 것이기 때문이다. 뜻밖에도 표민수 피디는 정려원의 전작들도 거의 보지 않은 상태에서 지난해 말 <MBC 연기대상>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고 주인공으로 점찍었다고 한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도 사랑받았다가 순식간에 상처받고 다시 치유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전 연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실제 모습을 원한다고만 했습니다.”
연출자의 주문이 배우에게는 화두가 됐다. 승강장에 혼자 서서 정려원은 고개를 숙이며 골똘히 생각에 잠긴다. “이토록 감정이입을 원했던 드라마가 없었다”고 했다. 혼자만의 세계에서 떨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큐’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반짝 웃으며 고개를 든다. 새로운 세계에 부딪치려는 복실이의 얼굴이다.
#2. 상암동 경기장 - 최승희 김복실 상봉기
오후 2시. 3, 4부에 방송될 내용을 찍기 위해 상암동 서울 월드컵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는 스튜디오 촬영이 유독 적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낳고 기른 공간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오스트레일리아와 강원도 산골, 서울 한복판을 치밀하게 오간다. 여기서는 복실이에게 앙골라전을 보여주려던 승희가 복실이를 찾지만 결국 만나지 못하는 애틋한 장면에서 촬영이 시작됐다.
배우 김래원은 새로 사랑한 여자가 죽은 연인의 동생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동생을 사랑할 것인가, 만나지 말 것인가의 기로에 선 역할을 맡았다. 그 여자에게 또 무슨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사랑할 때 안게 되는 수다한 걱정거리는 고스란히 그의 몫이다. 그러나 연출자는 그가 햄릿형 인간이 되지 않도록 인간 김래원 안에 있는 긍정적 성격에 많은 기대를 건다고 했다.
카메라는 배우들의 본래 모습과 성격을 담으려는 듯 조용히 움직인다. 연출됐다는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아름다운 화면이 돋보이는 윤석호 피디의 <봄의 왈츠>, 영화적인 느낌이 가득할 한지승 피디의 <연애시대>와 맞붙은 <너는 어느 별에서 왔니>의 전략이다. 연석돌 촬영 감독은 같은 고화질 화면으로도 배경이 아니라,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했다. 같은 장면을 여러 번 찍으면서 배우들 스스로 가장 좋은 장면을 찾아가는 풍경 속에 촬영은 밤중까지 느리고 부드러우며 끈질기게 계속됐다. 이 드라마는 13일 밤 9시55분 첫 전파를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