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했던 음악인을 영화화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실존인물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재현’의 문제가 연기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노래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레이 찰스의 삶과 음악을 그린 <레이>는 ‘노래하는 모습’을 충실히 살리는 법을 택했다. <앙코르>의 와킨 피닉스는 영화에 수록된 자니 캐시의 노래들을 직접 불렀다. 자니 캐시의 깊은 저음을 따라하기는 쉽지 않다. 와킨 피닉스의 목소리가, 노래가 자니 캐시의 그것과 똑같다거나 더 훌륭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와킨 피닉스가 재현한 자니 캐시와 그의 노래는 완전히 하나로 녹아들었다. 와킨 피닉스뿐 아니다. 리즈 위더스푼 역시 직접 노래했다. 당연히, 사운드트랙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노래는 <레이> 때와 달리 와킨 피닉스와 리즈 위더스푼의 그것이다. 음악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으로 그 구실을 충분히 하는 것이다. 와킨 피닉스와 리즈 위더스푼의 노래는 O.S.T 앨범으로 듣기에 부족함이 않다. 노래가 흘러나올 때마다 영화 속에서 들려주었던 노래에 얽힌 사연들이 고스란히 떠오른다. 와킨 피닉스의 연기할 때 음성이 노래에서도 느껴지기 때문이다. 연기의 일부였다고 믿기 힘들 정도로 모든 노래가 훌륭하다. 이는 와킨 피닉스의 라이브와 프로듀싱을 담당한 티 본 버넷이 구성한 세션 밴드에 힘입은 바가 크다. 영화의 첫 장면을 장식하는 <Folsom Prison Blues>은 영화에서 보여지다시피 한동안 슬럼프를 겪던 자니 캐시에게 부활의 기회를 준 곡이다. 영화의 영어 원제에 영향을 준 곡 <I Walk The Line>은 1956년 컨트리차트 1위를 기록한 자니 캐시의 대표곡이다. 무엇보다 와킨 피닉스의 목소리와 노래는, 자니 캐시라는 뮤지션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세상에 ‘진짜’만한 것은 없지만, 와킨 피닉스의 노래에 담긴 ‘진심’ 역시 듣는 이를 매혹하는 강렬함을 지녔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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