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스코프]
거참, 가족계획, 계획하기 어렵구먼유~ <잘 살아보세> 촬영현장
2006-03-13
글 : 정재혁
사진 : 이혜정

“엄니∼.” 지난 2월21일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공개된 영화 <잘 살아보세> 촬영현장. 보건소로 꾸며진 세트장에 석구(이범수)의 고통스러운 울음소리가 울려퍼진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이범수에게 직접 연기를 선보이는 안진우 감독(<동해물과 백두산이> <오버 더 레인보우>)의 목소리다. 시술실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뒤돌아보는 현주(김정은)와 보건소 소장, 카메라의 움직임과 배우들의 동작이 맞지 않아 수차례 NG가 났다. 결국 “하나 둘 셋에 움직이고, 넷에 돌아보기”로 합의한 뒤 11번째 테이크 만에 오케이. 비교적 신속히 진행됐던 지난 촬영에 비해 유난히 오래간 테이크였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이다. 그런데 석구가 그처럼 고통에 울부짖었던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하루 앞선 가족계획 십년 앞선 생활안정, 덮어두고 낳다보면 거지꼴은 못 면한다.’ 보건소 내부 벽에 붙은 표어의 내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잘 살아보세>는 70년대 초, 정부의 주도하에 진행됐던 가족계획을 소재로 한다. 가족계획 요원 박현주가 서울에서 시골마을 용두리로 파견되고, 현주의 추천으로 마을 이장이 된 변석구는 순진한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출산율 0%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콘돔이 먹는 건지 쓰는 건지도 모르는” 용두리 사람들은 정부에서 주는 보조금만을 믿고 정부의 가족계획에 동참하게 되고, 심지어 석구를 포함한 남자들은 정관수술을 자청하기에 이른다.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하지만 편안하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안 감독의 말처럼 석구의 중요한(?) 수술을 촬영하는 이날 현장은 줄곧 활기찼다. 이범수는 시술실을 나서는 장면에서 “아파하는 모습이 2% 모자란다”는 감독의 멘트에, “숨을 쉬지 못하는 아픔을 숨을 헐떡거리는 아픔으로” 대체하는 등 디테일을 살렸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선보이는 김정은은 아파하는 석구를 호들갑스럽게 염려하며 흥을 돋웠다. <사랑니> 이후 코미디 장르로 복귀한 그녀는 “애드리브에 의존했던 기존의 코미디가 아니라 사회를 풍자하는 코미디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석구와 현주가 점차 갈등 상황에 빠지는 “가장 어려운 장면”을 남겨두고 있는 <잘 살아보세>는 5월 말 개봉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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