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100번째 영화 ‘천년학’ 제작발표한 임권택 감독
2006-03-13
글 : 전정윤 (한겨레 기자)
“서편제 아류로 만들진 않을것”
11일 전라남도 장흥군에서 열린 임권택 감독의 백번째 영화 <천년학> 제작발표회 현장. 왼쪽부터 정일성 촬영감독, 김종원 키노2 대표, 임권택 감독, 영화배우 오정해, 조재현, 신지수.

“영화 100편을 찍는 동안 이렇게 많은 도움과 성원을 받아본 것은 처음.”
제작·투자사와 주연배우 교체 등 난항을 겪으며 움츠러있던 임권택 감독의 1백번째 영화 <천년학>이 다시 날개짓을 시작했다. 임 감독과 <천년학> 제작사 ‘키노2’는 11일 전남 장흥군 회진면 이회진 세트와 촬영현장을 공개했다.

임 감독은 “스타성 없는 연기자를 캐스팅했다는 이유로 투자자(롯데시네마)가 뒷걸음질해 당황스럽기도 했다”며 그간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며 일사천리로 다시 진행된 작업에 대해 설명했다. “이 기회를 통해 ‘해야 될 영화’에 투자하고자 하는 양질의 자본이 있다는 것도 알았고(신생 제작·투자사와 손을 잡았다는 얘기), 영화진흥위원회 쪽도 여러 방법으로 도움을 줬으며, <서편제>와 <축제> 촬영지였던 장흥군도 용기와 도움을 줬다(세트제작 지원 등).”

그는 흔쾌히 출연을 결심한 영화배우 조재현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했다. 임 감독은 “<천년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조씨가 먼저 ‘어떤 역할이든 영화에 도움되는 역을 하겠다’는 뜻을 전해왔고, 전부터 탐내왔던 그를 남자주인공 동호 역에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임 감독은 이청준 작가의 ‘남도사람’ 연작 가운데 <서편제>와 <소리의 빛>을 묶어 영화 <서편제>로 만들었다. <천년학>은 세번째 연작인 <선학동 나그네>를 토대로 하는 <서편제>의 속편 격. 임 감독은 “학이 날아오르는 장면이나 몽환적인 느낌 등 컴퓨터 그래픽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영화가 어설퍼질 것 같아 엄두를 못냈다”며 “기술 발달로 이제 영화화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며 13년만에 속편을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서편제> 아류를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서편제>에서 소리를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관객들이 어려운 우리 소리에 쉽게 감흥을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면, <천년학>에서는 판소리보다 ‘의붓 남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얘기하는 데 치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판소리의 극성과 (송화와 동호의) 삶의 우여곡절이 맞물려 상승하게끔 하는 대목 정도를 제외하고는 판소리를 효과음으로 쓸 예정이고, 재일동포 음악가 양방언씨에게 음악을 맡겨 우리 소리와 현대 악기가 충돌하지 않는 대중음악을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공개된 촬영장은 ‘선학동 주막’ 세트. 고수로 명성을 얻은 동호가 의붓누이인 송화(오정해) 행방을 찾아 30여년 만에 회진포구를 찾아오는 장면이다. 동호가 대사없이 주막 쪽으로 걸어올라가는 심플한 장면이지만, 임 감독과 정일성 촬영감독은 주막 함석지붕에 ‘산 그림자’를 떨어뜨려야 한다며 스탭들에게 시작부터 꽤 까다로운 주문을 내리고 있었다. “임 감독님의 백번째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만으로도 행운”이라는 조재현도 신인 배우라도 된 듯 긴장한 표정으로 임했다. 현장에는 또다른 주연배우 오정해, 신지수, 이청준 작가, <혈의 누> 김대승 감독, 안정숙 영진위원장, 김덕수 사물놀이패 등 문화계 인사들과 장흥군민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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