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조재현 주연의 <로망스>가 3월13일 첫 시사회를 가졌다. ‘두려움 없는 사랑’이란 홍보 문구와 제목에 걸맞게 비련의 남녀가 고전적 로망을 펼쳤다. 형준(조재현)은 강직하고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 때문에 권력에서 소외되고 아내로부터 버림받은 뒤 위태롭게 생존하 는 형사다. 윤희(김지수)는 경제적, 정치적 힘을 모두 가진 남자의 아내이지만 자신의 모든 걸 소유하려드는 남편의 병리적 집착에 육체와 정신이 부서져가고 있는 중이다. 윤희와 형준은 그 벼랑 끝에서 마주쳐 서로의 상처에 연민을 느끼며 돌이킬 수 없는 사랑에 빠진다. 파국의 톱니바퀴는 버거울만큼 육중해서 한치의 오차도 일으키지 않는다.
<로망스>는 서사보다 영상에 감성을 실어나르려는 판타지 멜로다. 상처난 육체가 조각난 정신을 대변하고, 치명적인 총의 안무가 비극의 대단원을 끌고 나간다. 김지수는 <여자, 정혜>에서 정밀하게 보여줬던, 부유하는 눈빛에 고전적 슬픔의 아름다움을 더했고, 조재현은 터프하지만 마초가 되지 못해 불살라지고 마는 숫컷이 됐다.
놀라운 건 이 작품이 문승욱 감독의 노골적인 상업영화라는 점이다. <이방인>과 <나비>로 작가적 승부를 걸었던 그가 “일상에 들어오기도 전에, 현실을 깨닫기 전에 파국을 맞는 연인의 이야기”를 놓고 “성인들을 위한 디즈니랜드”를 만들었다. 그는 “스토리는 인터넷에 떠 있는 정도가 전부라고 할 정도로 간단하지만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조명, 음악, 색감 등에 최선을 다했다. 극장에 들어가서 영화 끝나는 순간까지 분위기에 젖어들게 하는 게 목표였다”고 말했다. 정착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닐 수밖에 없는 운명의 내면에 파고들었던 그가 사랑의 판타지를 내걸고 비슷한 운명의 표면으로 눈길을 돌린 셈이다. 평단보다 대중에게 말거는 뚜렷한 방향전환의 결과가 주목되는 작품이다.
<로망스> 100자평
<나쁜남자>의 '한기'와 <여자 정혜>의 '정혜'는 비슷한 영혼을 지녔다. 가학과 피학, 동물성과 식물성으로 상반되어 보이지만, 자신의 의사를 말하지 못하고 억눌린 듯 겨우 내뱉는 다는 점에서 같다. 실낱같은 사랑을 희구하지만, 로멘스가 자신의 것이라 믿지 못하는 것도 같다. '한기'와 '정혜'가 만나면 어떤 사랑을 할까? 영화는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는 것으로 시작해 점차 피칠갑으로 나간다. 영화보다 먼저 공개된 뮤직비디오가 예시하듯, 영화는 극단적 서사와 과도한 영상으로 자욱하다. 자고로, 신파는 힘이 세다지만 오버는 자충수이다. 후반부 조금만 힘을 뺐더라면....-황진미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