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트 사사나티앙 감독의 동화 같은 영화 <시티즌 독>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플라스틱산 위에 올라 진을 기다리는 팟의 모습이 아닐까. 그런데 산더미같이 쌓인 플라스틱병(일명 페트병)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병의 개수만큼이나, 병을 재활용하는 방법도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첫째, 방학숙제용.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페트병으로 화분을 만든 적이 있을 것이다. 병을 씻어서 반으로 자른 뒤, 맨 아래에 구멍을 몇 개 뚫고 식물을 넣으면 숙제 끝! 당신이 귀차니스트라면 굴러다니는 동전을 모아 저금통으로 써도 좋다. 나중에 배를 갈라도 돈 아까울 일은 없을 것이니.
둘째, 수납용. 병을 반으로 잘라서 리모콘 보관함을 만드는 법이 있다. 리모콘 찾아 헤매다가 보고 싶은 장면을 놓치는 일이 없어질 것이다.
셋째, 업무용. 병의 윗부분을 잘라 종이컵을 하나씩 뽑아 쓰는 것으로, 떡볶이 노점상에서 자주 쓰는 방법이다. 또 아랫부분만 잘라서 식용유 받침대로 쓰거나 윗부분만 잘라 깔대기로 써도 좋다. 잡곡도 병에 보관하면 비닐에 보관할 때보다 깔끔해 보인다.
넷째, 애들 놀이용. 병을 사선으로 잘라 애들 장난감 삽으로 쓰게 한다. 단면이 날카롭지 않고 뚜껑이 손잡이로 쓰이기 때문에 유용하다. 야외에서 고기 잡을 수도 있다. 병 앞쪽 3분의 1을 잘라내 뚜껑 빼고 자른 부분을 남은 부분에 거꾸로 꼽는다. 이것을 강이나 계곡에 묻어두었다가 나중에 보면 작은 물고기들이 꼬불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섯째, 심심풀이용. 병으로 투명전화기도 만들 수 있다. 우선 수화기 만들기. 반으로 자른 작은 페트병에 구멍을 뚫은 뒤 낡은 전화기의 부품을 붙인다. 수화기가 무게감을 갖도록 병 밑부분에 지점토를 약간 채운 뒤, 반으로 잘랐던 페트병을 다시 붙인다. 다음은 본체. 투명 아크릴판을 부품 크기만큼 2장 자르되, 버튼, 연결잭, 수화기 내려놓는 부분을 남긴다. 부품을 본드로 고정하고 직육면체 모양으로 본체를 완성한 뒤, 전화선에 전화기를 연결하면 완성! (단, 전화기 하나 사는 편이 낫다는 판단이 들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