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쯤 뉴욕시 유니온 스퀘어에서 록그룹 화이트 스트라입스가 무료로 깜짝 콘서트를 열었다. 콘서트가 열린 유니온 스퀘어는 삽시간에 젊은이들로 가득 찼고, 기타리스트와 드러머로만 구성된 화이트 스트라입스는 엄청난 에너지로 공연장 일대를 뒤흔들어놓았다. 그룹의 열정적인 공연은 물론, 순간적으로 모인 관객의 에너지에 흠씬 취할 수 있었다.
지난 3월3일 개봉한 코미디와 랩 콘서트 다큐멘터리 <블록 파티> 역시 뉴욕에서나 있을 법한 깜짝 콘서트를 담은 작품이다. 케이블채널 코미디 센트럴의 인기 프로그램인 <샤펠 쇼>로 유명한 코미디언 데이브 샤펠이 주관한 이 공연은 2004년 9월 어느 비오는 날 뉴욕시 브루클린의 베드-스타이(Bedford-Stuyvesant)에서 열렸다. <블록 파티>는 이 공연의 준비과정과 콘서트 실황, 백스테이지 풍경 등을 담고 있으며 <이터널 선샤인>의 미셸 공드리 감독이 음악과 코미디를 아우르며 역동적으로 연출했다.
샤펠은 혼잡을 막기 위해 장소를 극비에 부쳤고, 인터넷에서 소문(?)을 듣고 모인 뉴욕시 관객은 샤펠이 대절한 스쿨버스로 이동했다. 일부 관객은 샤펠이 살고 있는 오하이오주의 작은 마을에서 왔다. 뉴욕이란 대도시에는 가본 적 없는 구멍가게 아주머니와 아저씨, 경찰, 젊은이들은 샤펠의 간곡한 부탁(버스대절에 호텔비용 및 스낵비용 지불 등으로 회유(?))으로 참여했다. 브루클린의 허름한 건물을 뒤로한 데드엔드 스트리트에서 열린 이 <블록 파티>에는 샤펠의 친구들인 모스 데프와 카니에 웨스트, 탈립 콸리, 데드 프레즈, 에리카 바두, 질 스캇, 더 루츠, 비랄, 푸지스 등 정상급 힙합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했다. 특히 이중 푸지스는 공연 예정인 로린 힐이 소속사와의 문제로 솔로 곡을 공연하지 못하게 되자 갑작스럽게 재결성된 것이라 관객의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뮤지션들의 힘있는 공연이 좋았고, 자존심을 뒤로하고 서로의 노래에 백업을 해주고 춤을 춰주는 이들의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져서 좋았고, 특유의 초현실적인 화면보다 있는 그대로의 숨결까지 보여준 공드리 감독이 고마웠다. 무엇보다도 공연은 물론, 작품 전체를 하나로 묶는 데 성공한 샤펠의 평범해 보이지만 범상치 않은 에너지가 눈에 띄었다.
2005년 초 샤펠은 인기 프로그램을 계속 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유명세를 이기지 못하고 아프리카로 도피해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샤펠은 지난 몇달 동안 새로운 소재로 소규모 스텐드업 코미디 공연을 갖기도 하고, <오프라 윈프리 쇼> <인사이드 디 액터스 스튜디오> 등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는 등 다시 대중을 찾고 있다. 샤펠의 열성 팬 중 하나로, <블록 파티>를 계기로 그의 유머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