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뉴스]
송일곤 감독의 4번째 장편 <마법사들> 기자시사 열려
2006-03-15
글 : 오정연

96분짜리 롱테이크 단 한컷으로 이루어진 마법같은 영화 <마법사들>이 기자시사회를 가졌다. <마법사들>은 지난해 전주영화제 디지털 3인3색 중 한편으로 만든 단편을 장편버전으로 완성한 작품. <꽃섬>으로 장편 데뷔한 송일곤 감독이 <거미숲> <깃>에 이어 4번째로 연출한 장편영화다. 무대인사에 나선 송일곤 감독은 “일반상업영화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제작비로 만든 작은 영화”라며 자신의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는 <거미숲>을 연상시키는 숲에서 시작한다. 카메라는 이내 산 속에 자리한 카페 안으로 들어가, 술잔을 기울이는 두 친구 재성(정웅인)과 명수(장현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한때 <마법사>라는 밴드를 꾸렸던 두 사람은, 밴드의 일원이자 재성의 여자친구인 자은(이승비)의 세번째 기일을 맞아 모였다. 사과를 씹는 소리에도 기겁을 할만큼 예민했던 자은은 3년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의 죽음은 나머지 멤버들 모두에게 잊혀지지 않는 상처로 남았다. 재성과 명수는 밴드와 음악, 자신들의 젊은날에 대해 이야기를 늘어놓고, 3년전 재성의 카페에 자신의 보드를 맡겼던 사람은 스님이 되어 다시 찾아온다. 보컬인 하영(강경헌)이 도착하고, 명수는 하영에게 오랫동안 품었던 마음을 고백한다. 이들은 마침내 자은의 죽음에서 벗어나 새로운 출발을 하기에 이른다. 중간중간 재성과 자은, 명수와 하영, 하영과 자은의 과거가 계속하여 끼어든다. 카메라는 시종일관 핸드헬드로 이들을 쫓고, 세심하게 계획된 조명이 시공의 변화를 보여주며, 매번 회상에 접어들 때마다 주문같은 탱고음악이 흘러나와 관객들에게 마법을 건다.

한컷으로 이루어진 영화. 이는 연극과 영화의 차이, 영화적인 화법을 고민하는 감독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관심을 기울일만한 시도일 것이다. <꽃섬> <깃>에서 송일곤 감독과 작업했던 박영준 촬영감독이 만들어낸 <마법사들>의 화면은 시종일관 감탄을 자아낸다. 이는 떨쳐버릴 수 없는 과거의 어떤 사건을 곱씹으면서 새출발을 시도하는 이 영화와 잘 어울린다. 문제는 간결한 이야기를 담은 형식의 거창함이, 오히려 영화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감독을 포함한 모든 배우, 스탭들이 분주했을 프레임 밖 촬영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스스로에게 부여한 어려운 과제를 극복하긴 했지만, 이를 미학적으로 승화하지는 못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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