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뭉치 푼수 주부에게 그런 상처가 있었을 줄이야.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의 주인공 테리 해처가 어렸을 때 성적으로 학대당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베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외삼촌 리처드 헤이스 스톤이 당시 5살이었던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말했다. “가장 끔찍했던 건, 그가 나를 만지면서 ‘기분 좋지 않니?’라고 물었고 내가 아니라고 대답하면 ‘너도 나중에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될 게다’라고 말했던 것이다.” 그녀는 8살인가 9살 때 마지막으로 삼촌을 본 뒤로, 그가 자신을 성추행했던 사실을 오랫동안 가슴에 묻고 살아왔다. 경력에 문제가 될까봐 자신의 자서전에도 이 일을 기록하지 않았고 심지어 부모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기억을 들춘 것은 한 소녀의 죽음 때문이다. 2002년, 해처는 성추행을 당하고 권총 자살한 14살 소녀의 이야기를 신문에서 읽고, 자신의 고통을 통해 소녀의 고통을 느꼈다. 그녀는 검사에게 달려가 옛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녀의 증언은 네건의 유아 성추행 사건으로 기소된 스톤이 유죄를 선고받는 데 결정적 증거로 작용했다. 64살의 스톤은 14년형을 선고받았다. “얼마나 끔찍한 기억인지 모른다. 나는 늘 내가 미친 게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나도 이제 41살이다. 이제 나 자신을 위해 더이상 감추지 않겠다.” 용기있는 그녀의 행동에 박수를. 단, 그 용기가 현재 한국에서 논의 중인 성추행범 전자팔찌 착용 의무화의 빌미가 되지는 말기를.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오히려, 유아 성추행 사건에 14년의 중형이 선고되었다는 사실일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