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여자?’ ‘좋은 여자?’ <윈드미어 부인의 부채>라는 원제목이 있건만 굳이 타자의 시선이 개입된 제목을 붙인 용기가 가상하다. <굿 우먼>엔 오스카 와일드의 원작 외에 흥미로운 텍스트가 하나 더 있다. 1925년에 에른스트 루비치가 연출한 <윈드미어 부인의 부채>가 그것인데, 와일드의 데카당스한 세계가 루비치의 영화와 더없이 어울리니 좋은 비교 대상이다. 런던에서 벌어지는 루비치 버전은 얼린 부인과 메그 윈드미어의 관계를 시작부터 까발리지만 극의 긴장감을 끝까지 밀고 가는 기교가 놀랍다. 이탈리아가 배경인 <굿 우먼>은 80년 전 루비치 버전보다 오히려 고리타분하다. 비밀을 숨기려는 노력이 안쓰러울 지경이어서 만약 와일드가 살아 있다면 손수 각색하겠다고 덤빌 판이다. 더욱 비열하고 더욱 순진하며 더욱 심각한데다 더욱 우아하고 유쾌한 루비치 버전에 손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배우들의 얼굴에서 도저히 1930년대의 느낌이 살아나지 않는 것도 <굿 우먼>을 따분하게 만든다(유일하게 영화를 살리는 인물이 있다면 톰 윌킨슨일 것이다). 스칼렛 요한슨은 공허한 상상력이 평면적인 표정에 바로 드러나는 배우인데, 왜 수많은 감독들이 거기에 신비감을 더하려고 노력하는지 매번 궁금하다. PAL 소스를 사용한 탓에 DVD 상영시간이 89분으로 되면서 에른스트 루비치 버전의 시간과 동일해진 것은 웃지 못할 해프닝이다. 당연히 화질과 음질은 평균을 넘지 못하는데, 그 탓에 영화의 유일한 미덕인 화사한 영상(사진)마저 죽어버렸으며 부록도 예고편밖에 없다. 전형적인 대여용 DVD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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