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놓친 데 대한 불만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원작 단편소설을 쓴 작가 애니 프루는 <가디언>에 ‘블러드 온 더 레드 카펫’이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 3월6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퓰리처상을 타기도 했던 프루는 1천 단어가 넘는 이글에서 “작품의 진가로 판단한 결과를 보고 싶다면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건너뛰고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에 관심을 가지라”고 충고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드에서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프루는 한발 더 나아가 작품상 수상작인 <크래쉬>의 배급사 라이온스 게이트까지 비난했다. 그녀는 “라이온스 게이트가 투표마감 몇주 전에 아카데미 선정위원들에게 쓰레기(Trash)- 앗, 실례- <크래쉬> DVD를 뿌렸다는 소문이 있다”고 썼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공동작가인 래리 맥머트리는 이 영화의 패인에 대해 색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아카데미 선정위원회가 시골이 배경인 영화를 차별한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나는 지금까지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올랐던 영화 네편의 작가이거나 원작자였다. 그중에서 시골영화 세편은 모두 수상하지 못했고, 도시를 다룬 <애정의 조건>만 상을 탔다. 아카데미 선정위원들은 대부분 도시인이므로 <크래쉬>는 그들에게 홈타운 무비”라고 불평했다. 감독인 리안도 이에 합세했다. 그는 “<브로크백 마운틴>은 지난해 9월부터 모든 시상식을 휩쓸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마지막 상을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아시아계 감독으로는 처음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리안은 “그 영화는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스탭 전체를 이끌었기 때문에 이런 감정은 인지상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을 사랑하는 팬들은 <크래쉬>의 수상에 대해 좀더 성숙한 태도를 취하기로 결정한 듯하다. ‘얼티미트 브로크백 포럼’이라고 알려진 온라인 토론 그룹은 2만4천달러가 넘는 돈을 모금해 3월17일자 <데일리 버라이어티>에 이 영화의 제작진에 감사하는 전면광고를 실었다. 이 광고에 돈을 낸 덴버의 한 저널리스트는 “사람들은 실망했고 화가 났고 믿을 수가 없었다”는 말로 무엇이든 해야만 했던 심정을 설명했다. 이 광고는 “올해 가장 존중받아 마땅한 영화를 만들어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데” 대해 제작진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