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독일 헤센주의 소도시 로텐부르크가 발칵 뒤집혔다. 아르민 마이베스라는 30대 남자가 희대의 살인극을 벌였기 때문이다.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던 마이베스는 채팅에서 만난 상대를 살해하고 그 인육을 먹어 ‘로텐부르크의 식인살인마’라는 별명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현재 재심을 받고 있는 마이베스는 채팅 파트너가 죽여달라고 부탁했고, 자신은 그의 부탁을 들어주었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남성은 자신의 성기를 잘라 마이베스와 함께 먹은 뒤 살해당했고, 그가 사망한 뒤에도 마이베스는 그의 인육을 먹었다고 한다.
독일 제나토어 영화사는 미국의 애틀랜틱 스트림라인과 함께 <로텐부르크>(마틴 바이츠 감독)를 제작해 3월9일 독일 내 개봉예정이었다. 영화 포스터의 선전문구는 ‘리얼 호러 필름’. 마이베스는 바로 이 수식어 ‘리얼’을 꼬투리 삼아 상영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3월 초 프랑크푸르트 지방법원은 식인살인마라 할지라도 인권은 예술 표현의 자유보다 존중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영화 상영을 잠정 금지했다.
마이베스는 영화가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고, 자신과 친지들의 사생활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속내는 달라 보인다. 희대의 살인극을 통한 돈벌이에 가장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은 정작 마이베스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감옥에 있으면서도 각종 인터뷰를 통해 자기 존재(내지 상품가치)를 끊임없이 알려왔고, 할리우드가 전기영화 제작용의를 밝혔을 때도 판권 협상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로텐부르크>는 마이베스의 동의없이 제작된 작품이다.
마이베스는 함부르크 영화사의 다큐멘터리 제작에 동의하면서 돈은 한푼도 받지 않았다며 그에 대한 비난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번 가처분 신청은 더 큰 고기를 잡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이번 사건으로 어부지리를 챙긴 영화도 있다. 마이베스를 주인공으로 한 로자 폰 프라운하임 감독의 <네 심장이 내 뇌 속에>다. 가처분 신청과 판결로 로텐부르크의 살인마가 다시 한번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이 영화는 덩달아 홍보효과를 톡톡히 올리며 9일 상영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