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국내 개봉한 <원초적 본능>은 강도 높은 정사신과 사이코 스릴러 특유의 심리 게임으로 관객을 열광케 했다. 말로는 부정하지만, 온몸으로 자신이 살인자라고 말하는 듯한 캐서린 트러멜의 치명적 유혹을 기억하는지. 14년만에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에도 샤론 스톤의 몸을 빌어서다. 3월30일 전 세계 동시개봉하는 <원초적 본능2>는 과연 전편의 치명적 유혹을 능가할 수 있을까. 3월20일 서울극장에서 열린 시사회는 그런 궁금증을 풀기 위한 자리였다.
시속 180km로 달리는 스포츠카 안에서 약혼자 프랭스와 정사를 나누다 캐서린(샤론 스톤)은 자동차 사고를 당한다. 캐서린은 구조됐지만 프랭스는 이 사고로 즉사한다. 프랭스가 물에 빠지기 전 약물 과잉으로 이미 죽어 있었음을 안 형사는 캐서린을 용의자로 지목한다. 재판에 앞서 정신감정을 받게 된 캐서린은 정신과 의사 마이클 글라스(데이비드 모리시)를 만난다. 다음 소설의 주인공으로 마이클을 간택한 캐서린은, 그의 과거의 상처들과 주변 인물들을 끌어들여 유혹과 설득의 심리 게임을 펼친다. 마이클은 그녀가 자신의 소설대로 살인을 저지르는 위험 인물임을 알면서도 결국 게임에 빠져든다.
<원초적 본능2>는 전편의 큰 얼개를 따른다. 다만 캐릭터들의 무게와 그들 간의 긴장을, 샤론 스톤 한 사람의 매력과 매끈한 영상으로 대체했다. 50이 다 되어감에도 샤론 스톤의 몸매와 눈빛은 충분히 관능적이다. 그러나 그녀가 의자 등판 뒤에서 더 넓게 다리를 벌리거나, "어떻게 하고 싶어? 뒤로 하고 싶어? 내 입에 사정할래?"라며 직접적으로 유혹해 올 때면, 세월을 무마하려는 노골적인 몸놀림이 안쓰럽게 느껴진다. 젊은 남자를 갖고 노는 그녀의 태도는 노련하지만, 14년 전의 긴장만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