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만화에서 걸어나온 맨발의 디바, <나나>의 나카시마 미카
2006-03-24
글 : 김수경
사진 : 오계옥

나카시마 미카의 첫인상은 아름다운 무표정이다. “처음 사람을 만날 때 많이 낯설어한다”는 길고 커다란 그의 눈망울에는 거만함도 초조함도 없다. 관능적인 느낌이 옅게 비치는 얼굴과는 대조적으로 소녀를 연상시키는 가녀린 그의 몸매는 오사키 나나가 만화 프레임에서 방금 걸어나온 듯하다. 3200만부가 판매된 야자와 아이의 원작만화 <나나>는 일본 소녀들 사이에 나나룩을 불러일으켰다. 스모키한 눈화장과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즐겨입는 패션 아이콘 나카시마 미카가 영화 <나나>에 출연한 일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만화 속 오사키는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좋아한다. 같은 브랜드 의상을 입고 인터뷰에 응한 나카시마 미카도 “유행을 타지 않기 때문에 제일 좋아하는 브랜드”라고 말한다.

1983년 2월 가고시마에서 세 자매 중 둘째로 태어난 나카시마 미카는 “중학교를 입학할 때부터 고등학교는 진학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가족도 처음에는 진학을 권유했지만 결국 반대하지 않았는데 “3년 동안 자신을 위해 일하고 노래하는 편이 더 즐거울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것은 그가 부른 <Will>의 노랫말처럼 ‘우연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이었다. 맥도널드와 패션잡화점 아르바이트로 일상의 고단함을 일찍 접했던 그는 밴드 경력 없이 혼자 오디션에 응하며 10대 후반을 보냈다. “오디션 통과나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때는 그저 노래하는 게 즐거웠다”고 나카시마 미카는 기억한다. 2000년 봄 그녀는 레코드사로 처음 데모 테이프를 보낸다. 그리고 가수의 길이 시작됐다. 2001년 9월, <후지TV>의 드라마 <상처투성이의 러브송> 오디션에서 나카시마 미카는 3천명이 넘는 경쟁자들을 제치고 주인공 시마자키 미라이 역과 주제가를 부를 자격을 따낸다. 그해 11월 발매한 첫 싱글 <Stars>는 80만장이라는 기록적인 판매량을 기록한다. 일본 음반시장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발매한 정규앨범 세장은 모두 100만장 넘게 발매됐다. 그녀는 현재 일본 상업음악의 양대 여신 우타다 히카루와 하마사키 아유미의 아성에 차근차근 접근 중이다. 취미로 신발을 모으는 나카시마 미카는 앨범을 녹음하고 라이브 무대에서 노래할 때는 신발을 신지 않아서 ‘맨발의 디바’로 불리기도 한다. 그녀는 “우선 눈을 감고 노래를 하는 경우가 많아 몸의 밸런스를 잡기 위해서다. 무대에서는 맨발로 서면 드럼과 퍼쿠션의 울림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 삽입된 <눈의 꽃>의 원곡을 불렀던 후광도 있었지만 나카시마 미카는 지지난해부터 2년 연속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한 일본 가수다.

두 번째 방문한 한국에 대해 “매번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호텔과 차 안에서 본 풍경밖에 기억나지 않는다”며 아쉬워한다. 한국영화 중 “<엽기적인 그녀>를 제일 좋아한다”는 나카시마 미카는 가수답게 “마지막 장면의 애절함과 신승훈의 <I Believe>가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고 이유를 밝힌다. 일상의 나카시마 미카는 “애완고양이 디오와 놀아주고 영화를 보거나 미스터리물 소설가 온다 리코의 소설을 즐겨 읽는” 평범한 20대다.

나카시마 미카는 CF 출신 재일동포 구수연 감독의 <우연하게도 최악의 소년>을 통해 2003년 스크린에 데뷔했다. 그녀는 그 영화에서 주인공 히데노리를 돕고 함께 길을 나서는 강박증에 걸린 소녀 유미 역을 맡았다. <나나>의 오사키처럼 배우 나카시마 미카는 터프하거나 자기 세계가 강한 배역을 자주 맡았다. 연유를 묻자, 그는 “내가 작품을 선택한 적은 없다. 하지만 출연하지 않았던 다른 시나리오도 그런 배역을 제안받은 경우가 많다”며 살짝 웃는다. 그녀는 “연기 때문에 음악적 성과가 줄어들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한다”고 말하는 완벽주의자다. <나나>에서 그가 주제가 <Glamorous Sky>를 부르는 장면을 촬영할 때도 꼼꼼함은 그대로 발휘됐다. 어디에서도 립싱크를 안 하는 것으로 유명한 나카시마 미카는 “그 장면은 영화를 위해 립싱크를 했다. 그것도 하나의 경험”이라고 밝힌다. “가수 나카시마 미카가 아니라 오사키 나나로서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력했다”는 표현은 나카시마 미카의 일에 대한 투철한 자세를 드러낸다. <나나>로 일본 아카데미 신인상을 수상한 그녀는 “의상 때문에 추웠던 일만 제외하면 즐겁기만 했다”고 한다.

“칠순이 넘어서도 열정을 다하는 모습 때문에 존경한다”는 선배 구로야나기 데쓰코처럼 나카시마 미카도 오랫동안 무대와 스크린에서 활약하기를 원하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소중히 대하는 상식이 제일 소중하다”거나 “지금의 인기는 장담할 수 없겠지만 20년 뒤에도 노래를 부르고 있을 것”이라는 나카시마 미카의 태도는 매우 담박하다. 차가운 카리스마를 가진 그녀의 고혹적인 외모와 허스키한 음성이 몇 십년의 풍화에도 변함없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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