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의 후즈 댓 걸>이 나올 즈음의 마돈나는 이미 충분한 이슈 메이커였다. 두장의 성공적인 앨범에 이어 <트루 블루>가 연타를 날리고 있었고, 덜컹거리는 결혼생활이었지만 화제를 뿌리는 데는 마돈나와 숀 펜을 이길 만한 커플이 없었다. 그녀의 이미지를 팔아먹을 영화가 기획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으니, 전작인 <상하이 서프라이즈>가 아무리 혹평을 들었다 한들 상관없는 일이었다. 숙맥 남자가 정신나간 여자를 만나 혼쭐나는 이야기인 <후즈 댓 걸>은 조너선 드미가 바로 전해에 발표한 <섬씽 와일드>와 심하게 닮은 영화다. 당시라면 더이상 창고 패션을 걸치지 않고 마릴린 먼로를 흉내내던 때였음에도 <후즈 댓 걸>의 그녀는 데뷔 시절의 말괄량이 모습(사진)으로 뛰어다니기에 바쁘다. 그리고 완벽한 사고뭉치인 여자 덕분에 마틴 스코시즈의 <특근>에서 악몽 같은 하룻밤을 보냈던 그리핀 던은 다시 끔찍한 이틀을 보내게 된다. 뮤직비디오에서 언제나 뻔뻔함과 순진함을 가장했던 마돈나는 <후즈 댓 걸>에서도 그런 양면을 잘 드러내는데, 타락한 성녀의 이미지로 가기 직전의 마돈나를 볼 수 있는 마지막 영화이기도 하다. 마돈나의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제작자들은 <후즈 댓 걸>이 20년 뒤에 보여질 줄 몰랐던 것일까. DVD에는 배경을 알 만한 어떤 부록도 없다. 그러니 마돈나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고는 하지만 제임스 폴리와 얀 드봉이 도대체 이런 영화에 투입된 사연이 무엇인지, 존 밀스가 어쩌다가 출연하게 되었는지 등등이 궁금하다 해도 알 길이 없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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