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크백 마운틴> 원정대가 출정했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열성 관객 30여명이 모여 3월25일 6시30분에 극장 CGV용산 골드클래스관을 대관하여 영화를 관람한 것. 대관에 필요한 1인 3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비용에도 30명 정원을 모두 채웠다. 상영회를 찾은 관객은 출장차 서울에 올라와 시간을 낸 제주도민, 고등학생 등 직종과 나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다. 이 상영회가 특별한 건 수입·배급사의 홍보 차원이 아닌 영화를 좋아하는 한 열혈 관객에 의해 기획됐다는 점이다. <브로크백 마운틴>의 감독 리안의 이름을 빌려 ‘김안’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김재혜(33)씨는 영화 상영을 하루 앞둔 24일 전화통화에서 “이번이 네 번째다. 16번 봤다는 사람도 있다. 영화가 아니라면 주인공들을 더이상 못 보게 되는 거다. 그리고 주인공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에서밖에 없다. 꼭 마약 같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소감을 말했다.
좋아하는 영화를 좀더 나은 관람환경에서 방해받지 않고 보면서 감동을 느끼고 싶다는 바람이 상영회를 추진하게 된 이유인 셈. “일반 극장에서 보면 키득거리거나 소란스러운 관객 때문에 감정몰입이 잘 안 됐다. 좋은 분위기로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싶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으로 시작한 거다.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 예전에 극장을 대관했던 것이 떠올랐고, 그렇게 조촐하게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30명이 다 안 차더라도 나머지는 내 돈으로 메워보려고 했다”고 김재혜씨는 말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을 수입·배급한 영화사 백두대간 관계자들도 놀라워하기는 마찬가지다. 백두대간의 한 관계자는 “김재혜씨의 경우 거의 <브로크백 마운틴> 홈페이지 웹마스터 역할을 할 정도였다. 성의를 보이는 차원에서 행사 당일에는 보도 자료, 보도 스틸 그리고 예고편 필름 10프레임씩 관객에게 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브로크백 마운틴>이 관객 30만명을 넘어 조용한 흥행을 이어가고, O.S.T 3천여장이 팔려나간 데에는 이런 열성 관객의 성원이 큰 힘이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