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한국에서 뮤지컬영화의 전례를 찾기는 힘들다. 1970년대 뮤지컬을 표방한 몇몇 영화들이 있었지만 창작곡이 한두곡뿐인 ‘무늬만 뮤지컬’ 영화였다. 안성기, 소찬휘 주연의 <미스터 레이디>는 2002년 촬영에 들어갔지만 도중에 제작이 중단되었다. 극장에 사는 혼령들이 펼치는 향연을 그린 <삼거리 극장>은 그런 점에서 한국 뮤지컬영화의 신호탄이다. <발레교습소>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김동기와 뮤지컬 음악을 만들어온 황강록이 공동으로 음악감독을 맡았다. 촬영장 한켠에서 김동기 음악감독을 만났다.
-영화음악쪽 경력이 길지는 않다. 언제부터 영화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나.
=철학과를 졸업했다. 알다시피 철학과라는 데가 졸업하고 할 일 없는 과이지 않나. (웃음) 대학 다닐 때 딴짓을 많이 했는데, 음악을 좋아해서 밴드도 하고 단편영화의 음악도 만들었었다. 졸업하고 학습 프랜차이즈 회사에 들어갔는데 음악에 대한 미련이란 게 쉽게 버려지지 않더라. 일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가서 컴퓨터 음악을 전공했다.
-<발레교습소> 때 작곡한 곡들은 건반과 현 위주의 차분한 연주곡들이다. 연주곡을 만들다가 뮤지컬 스코어를 만드느라 어려움은 없었나? 뮤지컬영화로 입봉하게 된 소감도 궁금하다.
=‘대중가요 작곡가가 되어볼까’ 생각한 적도 있을 만큼 보컬곡을 좋아한 터라 뮤지컬 스코어를 만드는 게 특별히 어렵지는 않았다. 입봉작으로 뮤지컬영화를 하게 된 걸로 말하자면, 감회고 뭐고 할 것 없이 너무 좋다. 내 노래 하나하나가 뮤직비디오로 만들어진 것 같아 설렌다.
-전계수 감독, 황강록 음악감독과는 어떤 식으로 작업했나.
=전계수 감독은 같은 과 2년 선배다. 그가 <삼거리 극장>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같이 작업했는데 영화에 들어갈 곡을 거의 다 썼었다. 나중에 시나리오가 수정되고 실제로 제작에 들어가면서 곡을 빼거나 고쳐야 할 상황이 됐다. 뮤지컬 경험이 많은 황강록 감독이 그때 합류했다. 전 감독과 셋이서 우리가 써온 곡들을 들어보고 “이 곡이 좋겠다” 하는 식으로 곡을 나눴다. 곡을 각각 써서 여태까지는 황 감독과 공동작업하는 개념은 아니었다. 곧 BGM으로 사용될 곡들을 만들 텐데 그때부터 같이 작업하게 될 거다.
-<삼거리 극장>의 음악은 ‘이런 음악’이라고 정의한다면.
=구상단계부터 전 감독과 내 머리 속에 들어 있던 감성은 프로그레시브 록그룹 ‘데빌 돌’의 음악 같은 것이었다. 음울하고 어둡달까. 그렇게 처음 쓴 곡들은 대부분 록음악들이었는데,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 대중적인 음악들로 바꾸면서 장르도 다양해졌다. 결과적으로 그래서 더 재밌어진 것 같다. 모자이크처럼. 영화가 가진 튀는 성격과도 잘 맞는 것 같고.
-뮤지컬영화가 갖는 매력은 뭔가.
=음악이 감정 전개를 도와주기 위해 삽입되는 차원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는 점이다. 영화음악을 하면서 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영화에서 내가 차지하는 몫이 커진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