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엉뚱한 영화가 엉뚱한 곳으로 찾아올 때가 있다. <미 앤 유 앤 에브리원>은 그런 느낌의 앙상블 영화다. 다양한 영역에서 예술가로 활동해온 미란다 줄라이의 데뷔작은 아마추어 뮤지션이 만들어낸 매혹적인 인디록 같다. 그러나 그 공명은 충만한 것이어서 ‘욜라 텡고’의 잊지 못할 멜로디처럼 머리 속에서 쉬 사라지지 않는다. 거창한 제목을 가진 이 영화에는 그야말로 나와 너 그리고 이웃 사람들이 등장한다. 갓 이혼한 남자의 진영에는 두 아들과 직장 동료 그리고 이웃집 아이 등이 있고, 노인용 택시를 운전하는 여자쪽에는 나이 든 노인과 큐레이터가 있다. 어리석고 감정에 서툴고 엉뚱하고 간혹 넋이 나가 있지만 무엇보다 착한 그들은 가슴에 난 구멍을 메우기 위해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방식으로 소통한다. 그것은 부서지기 쉬운 목소리로 끝까지 노래를 부르는 행위이자, 달리는 차 위에 놓인 금붕어 봉지를 보며 하나가 되는 마음이며, 동전 하나로 태양을 움직이는 마술이고, 마음을 열지 않아 곁에 누군가가 서는 게 두려웠던 사람들이 조금씩 접촉하다 붙어살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삶의 모든 순간이 기적이 될 수는 없지만, 아주 간혹 찰나처럼 지나가는 행복감을 기적이라 부르지 말란 법은 없지 않겠나. 영화의 러닝타임 91분이 짧다고 느낀 사람에게 DVD에 실린 6개의 삭제장면(사진)은 반가운 부록이다. 오늘은 따뜻한 봄날씨여서 검은색 코트를 입고 다니기가 쑥스러웠다. <미 앤…>을 본 김에 내일, 분홍색 신발은 힘들겠지만 분홍색 티셔츠라도 한벌 사서 입어야겠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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